롬니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국가관과 경제관에 큰 영향을 준 책으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1997)’와 데이비드 랜즈의 ‘국가의 부와 빈곤(1998)’을 꼽으면서, 이 두 책이 최근 관심을 받고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총균쇠’는 지리적 조건에서 ‘국가의 부와 빈곤’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롬니의 견해이다.
특이하게도, 현재 그가 더 자주 인용하고 소개하는 ‘국가의 부와 빈곤’은 출판된 이후 유럽중심적 사고로 집필된 책이라고 비서구권에서 꾸준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찍이 노벨경제학자 폴 새무얼슨교수는 가난한 나라는 왜 가난하고 부자 나라는 왜 부자인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된 바는 없다고 했지만, 위 책의 저자 랜즈 교수는 산업혁명을 그 모티브(motif)로 보고 산업혁명이 어떻게 해서 다른 곳이 아니라 굳이 영국에서 기원할 수 밖에 없었나를 분석함으로서 그 명확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따라서, 1750년대 영국에서 형성된 제반 ‘문화’현상을 저자는 국가의 흥망성쇠의 열쇠로 확장해서 해석하면서, 그 논의를 모든 경제권으로 적용해 나갔다.
최근 600년동안 펼쳐진 유럽 중동 인도 중국 일본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 대륙등의 방대한 경제사를 망라하고 있어 읽은 이에게 유익한 시간여행을 선사해주는 것 말고도 몇 가지 흥미로운 시사점들을 저자는 제시한다.
△스페인, 포르투칼 심지어 이탈리아와 프랑스등의 경제위기를 예측했다는 점과 이렇게 실패한 경제는 300년이란 긴 기간동안 누적적으로 각 나라의 문화에 아로 새겨져 있어서,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지적 △비서구국가중 유일한 선진국인 일본이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 나름대로 엄청난 댓가를 치루었다는 점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시아 민족에게 제국주의 세력이 가한 폭력은 그 불가피성을 떠나서 언어도단이라는 점 △이슬람권경제는 종교가 향후에도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점 △젓가락을 사용하는 습관이 동아시아 민족이 산업화에 성공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라는 점 △결국 중국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점(저자의 직접언급은 없지만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면 결국) 등이다.
저자는 프랑스인들의 부조리한 자만심을 프랑스발전의 한계성으로 자주 지적한다. 그런데,이 책 또한 저자의 근거가 빈약한 자만심이 배겨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한국과 대만을 식민지경험이 있는 나라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사례(식민지 근대화론)로 들면서, 일본이 최고의 식민경영자(제국주의자)였다는 저자의 우호적 평가 때문인지, 사회과학 도서 중에서는 필독서(Must-Read)에 넣을 만한 이 책이 출판된 지 10년이나 지난 2009년에야 번역되어 나온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케임브리즈대학 장하준교수가 평소 사자후를 토하는 보호무역론, 복지 그리고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이론적 배경들도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어 800쪽에 이르는 두께가 부담스럽지 만은 않다.
현재 심장병으로 병상에 있는 저자 랜즈 교수의 쾌유를 빌며, 70대란 나이에 이 책을 집필한 그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