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의 덫에 걸린 저축은행이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20개 저축은행이 퇴출 됐지만 추가 퇴출이 예고 되고 있어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절반이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상당수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업계 내부에서는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3곳이 추가로 퇴출될 것이란 루머가 나돌며 업계는 살얼음판을 디디는 심정이다.
소문에 저축은행 고객들이 동요할 경우 뱅크런 사태까지 일어나 가뜩이나 힘든 저축은행에 큰 타격을 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업정지 상태인 미래, 한주 저축은행과 새로 출범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을 제외한 저축은행 89곳 중 43곳(48.3%)이 적자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진흥저축은행 1735억원, 토마토2저축은행 1431억원, 경기저축은행 962억원, 아주저축은행 687억원, 서울저축은행 416억원, 현대저축은행이 410억원 등의 적자를 나타냈다. 적자 폭이 커지면서 자본잠식도 심각하다.
3월 말 현재 저축은행 89곳 중 37곳(41.6%)가 자본 잠식 상태다. 특히 7곳은 자본금을 까먹고 부채로 버티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는 솔로몬, 한국, 토마토2, 우리, 대원, 삼일, 세종 저축은행 등이다.
현대, 신민, 예쓰 등의 저축은행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으나 자본잠식률이 여전히 각각 80.7%, 54.6%, 66.9%로 위험수위였다.
더불어 건설경기 침체로 PF 부실 채권이 늘어났다. 또 4분기(4~6월)에도 일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는 등 저축은행 업계는 뒤숭숭해 2011년(회계연도)의 전체 실적 역시 그리 밝지 못한 상황이다.
또 퇴출 루머는 금융당국이 나서서 부인하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3개의 퇴출 방안을 조만간 결정, 발표할 계획으로 내다보고 있다.
퇴출될 저축은행들은 모두 이미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들의 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모회사가 퇴출될 당시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등이 비교적 양호해 살아 남았다.
3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퇴출되면 최근 2년간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영업 정지된 업체는 모두 23개로 늘어난다.
저축은행 퇴출되면 금융당국은 이들 중 먼저 1곳에 대해 다음 달 중 경영개선명령을 내리고 부실 저축은행에게 45일간의 자체 경영정상화 기회를 주게 된다. 유상증자 등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만큼, 퇴출 시점은 10월쯤이 될 전망이다.
앞서 올 5월 업계 1위 솔로몬 저축은행을 비롯해 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이 퇴출됐다.
또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저축은행의 신뢰는 바닥으로 치달았다.
고객들이 불안한 심리에 예금인출을 해나가면서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저축은행 총 수신액은 1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
그나마 수신이 늘어난 일부 우량 저축은행은 불황으로 돈 굴릴 데가 없자 예금금리를 대폭 낮춰 수신부담을 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말 전국 93개 저축은행의 총 수신액은 44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45조 7000억 원)보다 1조 2000억 원 줄어든 수치다.
수신액 기준 업계 1위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전월보다 2074억 원, 3위인 경기저축은행은 457억 원 감소했다.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B저축은행은 9360억 원에서 8050억원, 신한저축은행은 8571억원에서 7471억 원, 하나저축은행은 5782억 원에서 5352억 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은 5166억 원에서 5147억 원으로 각각 줄었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도 일부 우량 저축은행은 수신액이 늘어 대조를 보였다.
HK저축은행은 2조 1천459억 원에서 2조 2천174억 원으로, 동부그룹 계열의 동부저축은행은 1조 5천468억 원에서 1조 5천789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하지마 여유자금이 있어도 굴릴 데가 없자 저축은행들은 잇달아 예금금리를 내리며 수신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국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 16일 역대 처음으로 4%대가 무너졌다. 22일에는 3.97%까지 내려앉았다.
업계 관계자는“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대출수요가 없고 건설경기 악화로 돈을 굴릴데가 없다”며 업계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