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의 노력과 결실을 맺기 위해 회원들은 응원과 격려 속에 한국을 출발, 8시간 후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첫 번째 도전 과제인 ‘몽블랑’을 위해 이들은 등반가들의 휴식처인 샤모니 가이앙 암장으로 이동해 몸을 풀었다. 다음날 아침, 숙박할 산장(3167m)까지 트레킹을 시작했다. 몇몇 대원들이 약간의 고산병 증세를 보이니 알프스에 왔다는 게 실감났다.
산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빙하지대를 지나, 가장 위험한 구간인 쿨루와르(낙석지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2년 전 체코 등반대원이 추락사한 암릉 지대도 4시간 만에 돌파했다. 하지만 워낙 위험한 코스라 아직도 그 때의 공포감이 선하다.
그날 등반을 마친 후, 산장에서 대기하던 6명은 갑자기 몰아치는 바람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산장 주인에게 다음날 등반을 할 수 있을지 물어보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밤새도록 산장을 들락거리며 기상을 확인했다.
다음날 새벽, 예상대로 강풍이 몰아쳤지만 전 대원이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수직고도가 1000m나 되는 칼날 설릉을 오르는데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불어왔다. 노련한 산악 가이드들도 철수하는 것을 보고 4200m쯤에서 하산을 결정했다. 몽블랑과 거의 차이가 없는 구떼 정상 정복에 의의를 두고 유니온스틸 깃발을 자랑스럽게 꺼내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산 캠핑장에 도착하니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조그만 늦게 하산을 결정했다면 산장에 발이 묶였거나 힘들게 하산했을 일이었다.
샤모니에서 스위스 테쉬로 이동한 이들은 마터호른 등반을 준비했다. 마터호른은 전문 산악인들도 힘든 코스라 노영진 대장과 이상일 총무만 산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을 떠난 지 9일째 되던 날이었는데, 체력소모가 많아 더욱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새벽부터 기상이 악화되었지만 등반을 강행했고 10시간 째 솔베이(4003m) 무인대피소에 도착했다. 이제 400~500미터만 더 가면 꿈에 그리던 마터호른이었지만, 갈수록 안 좋아지는 기상과 체력 저하로 다시 한 번 발길을 돌려야 했다. 1년에 단 몇 번만 허용한다는 마터호른 정상 등반. 자연의 위대함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재작년에도 기상악화로 중간에서 돌아왔던 대원들이기에, 정상 정복에 대한 열망이 더 강했다. 비록 정상의 기쁨을 만끽하진 못했지만, 강한 정신력과 목표를 확인해 좋은 경험을 한 대원들, 내년엔 꼭 정상에 함께 오르자며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