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정난의 늪에 빠지다(하)

입력 2012-08-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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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부터 따고 보자”…치적 쌓는 묻지마 사업 ‘국고 바닥’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면서 국고를 비워왔다. 전문가들은 예산 집행의 구조적 문제점과 지자체장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정부 및 지자체에 따르면 인천시가 지방채 발행으로 가장 심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1850억원), 상하수도사업(538억원), 도시철도2호선건설(784억원) 등 굵직한 사업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했는데 아직도 미수로 남아 있는 상태다. 때문에 개발비를 위해 추가로 지방채를 발행해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는 2010년 당시 열악한 재정자립도에도‘강동아트센터’건립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이곳에 들어간 예산은 총 96억4700만원. 현재 이곳은 적자구조로, 강동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당시 차혜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강동구의원은 재건축 시장의 침체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문제를 제기했지만 구가 건립을 강행했다. 또 사업은 특별교부금이란 명목의 지방보조재원으로 시행됐는데, 특별교부금은 재난에 대비한 예산이어서 부적절한 집행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용산구청은 경기도 양주의 구립 휴양을 지어놓고도 지난해 제주도 휴양소 건립을 추진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지난 2010년 열린 용산구 본회의 당시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설혜영 구의원은 제주도 휴양소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설 의원에 따르면 제주도 휴양소 건립은 백지화 되고 이 예산은 영유아 보육시설에 쓰였다. 경기도 용인시는 무리한 경전철 사업으로 7000억원의 빚더미에 앉게 됐다. 외국계 자본이 들어간 경전철 사업은 민간 시행사인 ‘용인시 경전철’이 시를 상대로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국제 분쟁으로 비화됐다. 법원은 시행사에 공사비와 기회손실비용 명목으로 7786억원을 지급하도록 용인시에 판결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국고보조사업의 폐해를 문제 삼고 있다. 사업시행을 전제로 예산을 따내야 하는 사업의 성격 때문에 지자체들이 ‘묻지마’ 사업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치적 쌓기에 열을 올린 일부 시장·구청장들의 무리한 예산 따오기가 한 몫 한 셈이다.

남황우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경제 환경이 변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경기가 안 좋을 때를 대비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과거에 경제가 계속 성장했기에 이를 경험하지 못해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지자체장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 삼았다. 그는 “중앙과 지방의 업무 구분이 불명확하고 지자체장의 재량은 생각보다 작아 책임도 크지 않다. 결국 사업을 망쳐도 정부가 뒤처리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생겼다”며 “중앙에서 사업 예산을 누가 더 많이 가져오느냐로 유능함의 기준이 왜곡됐다” 주장했다.

국고보조사업의 구조적 문제도 제기됐다. 서정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에서 투자해서 낭비되는 원인은 국고보조사업”이라며 “예컨대 지방에 박물관을 짓는다고 할 경우 문화관광부와 지자체가 5대 5로 매칭 한다. 예산의 반으로 할 수 있으니 사후는 생각안하고 짓는다. 안하면 예산을 못 받으니까 안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재원인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비중을 늘리고 지방교부세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즉, 국고보조사업을 뜯어고치고 중앙과 지방의 적정한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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