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벤’의 크기는 대형에서 중형으로 작아졌지만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hPa)에 초속 40m의 여전히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또 오후 12시에는 서울 남서쪽 약 200㎞ 해상에 위치하면서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가 150~300㎜, 산간 지방에는 500㎜ 이상 내리는 곳도 있겠으며 남부지방에는 100~200㎜, 강원 영동을 제외한 중부지방과 경북에는 50~1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이 태풍은 이날 새벽 제주도 서쪽해상을 지나 서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인명·시설물 피해를 남겼다.
한국전력공사는 ‘볼라벤’의 영향으로 28일 오전 6시까지 139건(43만7453가구)의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제주 109건, 광주·전남 28건, 경남 2건이 접수됐다.
이날 오전 광주지역은 간판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또 제주 해상에서는 중국어선 2척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전 8시30분까지 선원 34명 중 모두 6명 구조됐다. 서귀포해경은 구조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대전·충남·세종에 가로수가 전도되고 시설물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피해 최소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통해 태풍의 진로에 따른 피해상황 집계와 대비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식경제부도 산하기관인 한국전력이 유사시 전국 14개 지역본부와 협력업체 직원 약 1만명과 복구장비 2600대를 투입해 전력 체계 복구 작업을 벌이기로 하고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볼라벤’ 피해 예방을 위해 농식품부 과장급을 반장으로 하는 현장점검반을 구성해 9개도에 긴급 파견했다. 현장점검반은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한국농어촌공사 관계관 등 총 43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26일부터 현장에 파견돼 각 지역의 태풍 대비 태세 등을 긴급 점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부터 전국 48개 지방관서와 안전보건공단에 근로자 재해예방을 위해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고 복구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시달했다.
서울시는 27일 오후 10시를 기해 한강공원 출입을 통제했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 노약자의 외출 자제를 요청하고 창문에 신문지나 테이프를 붙이는 등 강풍피해를 막기 위한 시민행동요령을 시내전광판, 지하철, 버스정류장 등에 설치된 알림판을 이용해 홍보했으며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이번 태풍이 반경이 커서 중심부가 지나가도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태풍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긴장 늦추지 말고 모든 공직자가 마지막까지 최선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실 상황실에서 태풍 대비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이 같이 지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해안 저지대와 산사태 위험 지역 등을 중심으로 주민 대피 대책을 세우는 등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