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황태영 ㈜더베이직하우스 상무 "당신은 왜 일을 하는가?"

입력 2012-08-2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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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브릿지는 올해 6월 세계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을 초청해 인문학 콘서트를 개최했다. 과연 그는 뜨거운 철학자였다. 방한 소식이 알려진 날부터 그가 출국하는 날까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을 받았고, 더불어 방한을 추진한 마인드브릿지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패션브랜드에서 철학자를 초청해 이런 행사를 하는가'였다. 모두들 패션 브랜드와 인문학의 만남을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저명한 철학자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거셌다.

마인드브릿지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 브랜드의 성격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마인드브릿지의 옷을 입고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고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기를 원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일하는 사람의 전문가적 소양이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그것과는 다른 의미다.

몇 년 전부터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직장인의 자기계발 열풍은 일견 개개인의 미래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무한경쟁사회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자기계발이라는 명제에 중독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자기계발의 성과는 승진과 연봉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물질적인 결과로 보상되고 있으며, 그럴수록 일 또는 직업의 가치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가시적인 보상에 매몰되어 일 자체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자기계발은 자기착취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마인드브릿지가 인문학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이 일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것은 자신의 일이 개인의 발전뿐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창조적인 영역에서 지적 생산을 담당하는 만큼, 그들의 능력이 공동체가 더욱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위해서 지금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제2외국어도, 프리젠테이션 스킬도 아닌 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힘, 바로 인문학이다.

언뜻 엉뚱해 보이는 마인드브릿지와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만남은 이렇게 성사되었다. 우리는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생산자라는 소명을 다하기 위해 지금, 여기, 무엇을 해야 할지를 그에게 물었다. 지젝은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찾아봐야 한다"는 아리송한 대답을 남겼다.

그는 떠났고 우리는 여기에 남았다. 인문학은 결코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뿐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답을 찾아가는 길에 항상 마인드브릿지도 함께 질문을 던질 것이다. 왜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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