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강조했던 ‘100%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1차 대통합 행보로 전직 대통령 껴안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비박(非박근혜) 성향의 전직 대통령에게 상당한 공을 들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박 후보를 “칠푼이”라고 혹평하며 각을 세웠다. 지난 4·11 총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경남 거제 출마를 위해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한 게 김 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의 이날 예방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후보는 그러나 이 자리에서 “우리 사회가 갈등이 많다. 김 전 대통령께서도 (제가) 대통합을 이뤄나가는 것을 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에 김 전 대통령도 “지금 나라가 참 어렵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어렵고 한중 및 한일관계도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면서 “이때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참 중요한데 여하튼 잘하라”고 화답했다.
박 후보는 또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들러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오찬을 함께 하고 오후엔 서울 동교동으로 자리를 옮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다.
당 대선후보나 대표 등 주요한 위치에 오른 정치인들이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찾거나 예방하는 건 관례에 가깝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이처럼 폭넓게 다가간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파격적 행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캠프에 참여했던 한 실무자는 “전직 대통령을 방문하는 것 외에도 100%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통합의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21일 서울 국립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그날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지를 참배했다. 박 후보가 봉하마을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는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을 위해 봉하마을 입구까지 갔으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대로 발길을 돌린 바 있다.
참배 뒤엔 곧바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해 환담을 나눴다. 노 전 대통령 생전에는 박 후보와 여러 면에서 대립했다.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노 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고, 노 전 대통령은 “나쁜 대통령은 따로 있다”고 되받아 친 게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후보와 권 여사는 이날 환담에서 각각 부모와 남편을 잃어 가슴앓이를 했던 경험담을 토대로 서로를 보듬으며 마음을 열었다.
박 후보 측은 “모든 국민을 화합시키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가 상대 진영에서도 진정성을 갖고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