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에서도 장벽 붕괴는 예고없이 찾아들어 놀라운 변화을 몰고 온다. 독일 통일 후 20년 뒤인 2009년 11월 애플 아이폰이 천신만고 끝에 대한민국에 선보였다. 유선과 무선으로 분리됐던 국내 인터넷 장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디지털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PC에서 모바일기기까지 아우르게 된 유무선 융합시대로의 진입이었다. 국내 사용자들에게 안긴 충격은 너무도 컸다.‘IT강국’이란 자부심도 산산조각났다. 정책 당국의 과잉규제로 인해 ‘우물 안 개구리’신세였음도 드러났다.
예전엔 정보를 찾으려면 PC가 필수품이었다. 교통 검색만 보더라도 중요한 정보를 요약한 뒤 프린트하거나 수첩에 적었다. 하지만 축적된 디지털 데이터가 무선인터넷망을 거쳐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위로 뿌려지는 ‘클라우드 컴퓨팅’시대가 한국에서도 펼쳐지며 전천후 실시간 정보탐색이 가능해졌다. 아이폰 도입 직후 고교생 프로그래머가 무료로 제공한‘서울버스’앱은 모바일 전천후 정보공유시대의 편리함으로 수백만명을 감동시켰다.
스마트·모바일 시대로의 진입은 글로벌 IT산업의 판도마저 바꿔 버렸다. 1981년 이후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전세계 IT시장을 이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간 ‘윈텔(WinTeL)동맹시대’가 막을 내렸다. PC중심의 옛 생태계에 안주하면서 변화에 둔감해졌고 혁신을 주도하지 못한 탓이다.
애플과 구글이 치고 나왔다. 두 회사는 변화의 새싹을 감지하고 더 멀리 봤다. MS 인텔과 더불어 전세계 PC제조업계에 핵심 고부가 부품인 반도체를 공급해온 삼성전자 역시 발빠른 변신에 나섰다. 구글을 파트너로 맞이한 뒤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생산자로 애플을 맹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모두들 성공의 키워드가 PC이후 시대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이미 PC시대부터 IT인프라는 인터넷을 통해 산업내 인프라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 나아가 글로벌 인프라로 진화해왔다. 전기·전력산업이 에너지 원에 그치지 않고 방송 통신 등으로 진화한 것처럼 PC중심에서 유선과 모바일 융합으로 진화한 IT인프라는 인간 개개인, 조직의 변화를 통해 사회 국가 전체의 모습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아닌 ‘상상력’과 ‘개방,공유,창조’란 패러다임이 성공기업의 공통분모가 됐다.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 등 이른바 TGIF시대의 개막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경험들을 일상 속에서 체험시켜 줬기 때문이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여전히 우리는 뒤북 치기에 급급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앞장선 분야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IT강국은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닫힌 시장에 안주하기 급급했던 피처폰 시장은 이제 흔적 조차 찾기 힘들어졌다. 과학기술, 정보통신 그리고 교육인프라 등 유기적이고 탄력적인 정부조직의 복원과 협력체제 재구축도 절실해 보인다. 세이클럽 싸이월드 등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글로벌서비스로 키우지 못한 채 후발주자인 페이스북 등에 자리를 내준 이유도 곰곰히 따져볼 일이다.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기기의 등장 만으로 우리 나라는 물론 전세계에 들이닥친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주기적으로 신제품이 나오는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사람과 조직의 변화가 중요하다. 이미 인터넷 자체가 서로 이어져 함께 나누고픈 사람들의 원초적 바람을 충족시켜주면서 전세계에 확산됐고 그 환경을 모바일로 확장시킨 스마트폰 사용경험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PC중심시대에는 IT기기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비용절감 도구에 그쳤다. 이제 스마트시대에선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풍부하게 이어주는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등 새로운 기기들은 PC를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유아와 노인들에게도 손쉬운 컴퓨터이용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핵심은 인간의 본성과 그들이 원하는 바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사람들은 자신이 편리하고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희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