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란 장독대 빛바랜 항아리다. 막붓으로 거칠게 칠한 빗살무늬 생, 그 사이 사이마다 지나온 흔적 땟국으로 묻어 있다. 아흔 일곱 지금도 동미집 과수댁, 노환으로 웃음그늘 깊고 입담 걸어 차라리 더 명품이다. 한 백년을 사시고도 이름 두자 얻지 못해 名不詳*으로 호적에 올라계신 할머니, 품고 살았던 날 들 다 부리시느라 토방에 앉아 찌끼뿐인 텅 빈 시간 말리고 계신다. 곰삭히며 살아온 오랜 세월에 뼛속까지 깊게 배어들었는가, 지릿한 조선간장 냄새 도무지 날아가지 않는다. 하얀 알갱이로 다시 피어나는 저 소금기, 멈출 듯 멈출 듯 영 멈추지 않는다.
* 名不詳 : 호적상 할머니 함자. 이름이 명확치 않다는 뜻이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