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올림픽 정상 탈환을 노리던 '황색 탄환' 류샹이 다시 찾아온 불운에 고개를 숙였다.
류샹은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허들 110m 예선에서 허들에 걸려 넘어진 탓에 레이스를 마치지 못하고 탈락했다.
류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허들 110m에서 우승, 아시아 선수 사상 처음으로 단거리 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한 '육상 영웅'이다.
2006년에는 12초88을 찍어 세계기록을 수립했고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세계선수권 정상을 밟고 세계기록까지 작성하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남자 허들 역사상 류샹밖에 없다.
그러나 홈 팬들 앞에서 영웅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벼르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예선 시작 직전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아파 기권, 아예 트랙을 달리지도 못했다.
이날의 좌절은 이후 계속된 불운의 시작일 뿐이었다.
발목 수술을 이겨내고 야심차게 나선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또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당시 결승전에서 류샹은 마지막까지 특유의 유연한 허들링을 자랑하며 '맞수'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그런데 로블레스가 아홉 번째 허들을 넘다가 걸리면서 균형을 잡으려던 중 오른손으로 류샹의 왼손을 건드렸고, 그 탓에 밸런스가 흔들린 류샹은 열 번째 허들을 제대로 넘지 못했다.
이어 로블레스의 손에 다시 방해를 받으면서 완전히 속도를 잃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로블레스의 실격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어부지리'로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에게 정상을 내준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세계 정상급 실력을 되찾았다는 것을 확인한 류샹은 8년 만의 올림픽에서 다시 세계 정상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런던에 들어오기 직전 발목 부상이 재발해 불안감을 안겼다.
부상에 시달리더라도 세계 정상급의 선수가 허들에 걸려 완전히 넘어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1년 전 대구에서 마지막 허들을 앞두고 류샹의 손목을 건드렸던 불운이 이번에는 첫 번째 허들 앞에서 그의 발목을 잡았다고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류샹은 4년 전 베이징에서처럼 예선 레이스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휠체어에 앉아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