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일을 챙기는 장관에게 휴가는 업무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대부분 책 몇 권을 챙겨 떠나면서 정책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틀을 구상하고 돌아오곤 했다. 또는 특별한 일정 없이 자택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여름마다 내수 진작을 위해 부처에서 휴가를 권장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내수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25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휴가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하지만 경제부처 장관들은 대부분 업무의 연장선으로 삼거나 짧은 시간 휴가를 보내기 일쑤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수출까지 감소하는 등 국가경제에 연일 ‘빨간불’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 짧은 휴가에서도 장관들은 오랜만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여유를 즐기려고 노력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태풍과 국회업무보고, 대한상의 강연 등 사건이 겹치면서 업무나 다름없는 휴가를 보내고 왔다. 지난해 이어 이번에도 제주도를 찾은 박 장관이 제대로 휴가를 즐긴 시간은 하루반나절 남짓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태풍과의 악연이 이어졌고, 20일 국회 재정위원회가 열려 갑작스럽게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거기에 다음날인 21일에는 대한상의 강연까지 가졌다.
국가재정을 담당해야 하는 재정부 장관들은 이처럼 짧은 휴가를 보내거나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보내곤 했다.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2010년 여름 3일간의 짧은 휴가를 통해 특별한 일정 없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당시 윤 장관은 바쁜 일정으로 읽지 못했던 책을 역사, 경제, 철학 등 분야별로 챙겨갔다는 후문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주로 집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장관은 박 장관과 마찬가지로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휴가를 미뤄야했다. 비록 휴가가 밀리긴 했지만 페이스북에 “평일에 쉬는 맛이라니”라고 소감을 밝히는 등 근황을 알리며 페북을 활용하는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가 이번 휴가에 잡은 책은 복잡한 경제서적이 아닌 ‘제노사이드’라는 추리소설 서적이다.
최중경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가족과 남해안의 통영, 거제 일원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최 장관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이순신 장군의 유적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휴가 중 전통시장을 방문해 민생을 살피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