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불황은 국내 조선업계를 비켜가지 않았다. 주요 업체들의 올 상반기 신규 수주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3분의1 토막났다.
신규 수주가 올 하반기에도 저조할 경우 2015년께에는 일부 조선사에서 선박 건조가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조선협회가 6일 9개 회원사의 상반기 수주 물량을 집계한 결과 표준화물선환산t수(CGT)로 318만CGT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24만CGT에 비해 61.4% 급감한 수치다.
CGT는 각 조선소마다의 건조 방법과 선박 종류의 차이를 표준화하기 위해 톤수에 부가가치를 고려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일반 벌크선보다는 고급 크루즈선의 가중치가 더 크다.
조선협회의 회원은 현대·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신아에스비, 대선조선이다.
최원경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조선업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 사이클에 들어섰다”며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 쪽 수주가 크게 줄면서 수주 실적이 내리막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발주는 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는 이 부분에 타격을 입혔다. 재정위기가 확산하면서 신용이 경색되자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조선업황이 세계 교역량 감소와 금융 불안정성 증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 책임연구원은 “금융위기에 이은 재정위기로 파이낸싱이 안되니 발주도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선업황이 상승기로 반전할려면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된다는 전제에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의 우려도 깊다. 올 상반기 수주잔량은 2900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줄었다. 수주잔량은 아직 건조에 들어가지 않은 물량까지 포함한다. 수주잔량이 줄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더욱이 선박 발주 고객의 60% 이상은 유럽에 몰려 있다. 재정위기 장기화하면 조선업계의 부진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럽 쪽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2015년부터는 규모가 작은 조선사부터 건조가 멈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