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올림픽에 들떠 있지만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는 런던 올림픽을 경제 부흥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지만 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머론 총리는 올림픽 기간 런던을 방문하는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반응은 냉랭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재정위기 사태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맞아 런던을 찾은 한 아시아 다국적기업 대표는 “영국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투자를 통한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서 “아직 영국이 제안한 어떤 투자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의 심각성은 영국 경제의 전망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은 지난 25일 2분기에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7%를 기록하면서 3개 분기 연속 위축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경우 침체에 빠진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의 한 기업 CEO는 “영국은 수요를 늘릴 수 있는 단기 재정 정책과 함께 세금·복지·고용시장을 살리는 장기 대책을 내놓아야 채권시장의 불안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리보(LIBOR, 런던은행간금리) 조작 ‘스캔들’도 CEO들의 영국 투자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또 다른 기업 경영진은 영란은행(BOE)과 금융감독청(FSA)이 리보 사태의 시발점인 바클레이스의 밥 다이아몬드 전 CEO에게 사임을 강요한 것과 관련 “모든 것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면서 “영국 은행권과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런던 랭커스터에서 열린 글로벌투자콘퍼런스에서도 시장의 불안은 불거졌다.
당시 콘퍼런스에서 200여명의 CEO와 정책결정자들은 공항 확장과 이민 등과 관련해 캐머론 총리에게 날선 질문을 쏟아내며 영국 경제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냈다.
영국 정부는 올림픽 효과를 감안해 랭커스터 콘퍼런스에서 10억파운드(약 1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성사시키기를 원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