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홈플러스·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알고 팔았다

입력 2012-07-26 09:28 수정 2012-07-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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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MG‘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라고 자료 제출 받아

옥시레킷벤키저·홈플러스·롯데마트 등 3개 가습기살균제 업체가 해당 제품의 유해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까지 부른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두고 제조업체·피해자·정부간 책임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기관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고의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 발표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6일 “옥시레킷벤키저·홈플러스·롯데마트 3개 업체는 가습기 살균제품의 유해성을 알고 있음에도 판매했다”고 결론 내리고 발표했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는 2000년, 롯데마트(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는 2006년, 홈플러스(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는 2009년 부터 폴리헥사메틸렌(PHMG) 성분으로 만들어진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다.

PHMG는 흡입하면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폐 섬유화’를 유발하는 물질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올 2월 가습기살균제의 주성분인 PHMG가 폐손상을 일으킨다고 발표했다. 가습기살균제는 2000년경부터 출시돼 10여개 제품(추정)이 판매됐으나 사망사고가 발생해 지난해 8월부터 판매가 중지됐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파악한 피해 사례는 모두 34건으로 사망자만 10명에 달한다.

공정위가 이들 제조 업체들이 유해성을 이미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핵심 근거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화학물질 및 화학물질을 함유한 제제를 양도하거나 제공하는 자는 수령자에게 제제의 특성을 기입한 MSDS를 의무적으로 즉시 제공해야 한다. MSDS에는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자세한 내용이 기입돼 있다.

특히 공정위는 이들 업체 3곳이, PHMG를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라고 적시된 MSDS를 수령한 것을 확인했다.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홈플러스가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각각 한빛화학과 용마산업사을 통해 제조한 후 판매한 과정에서 관련 MSDS가 제공됐다는 것.

국내 PHMG 독점 원료 생산업체 SK케미칼-중간도매상 시디아이-제조업체 한빛화학·용마산업사-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홈플러스에 이르는 긴 유통망에서서도 MSDS는 모두 전달됐다.

이나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은 “MSDS의 목적 자체가 성분의 유해성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업체들이 유해성을 전달 받았다고 봐야 하며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들은 PHMG의 유해성을 몰랐고 당시 법령이 미비했기 때문에 고의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해성을 알고서 제조했을리는 없다는 것.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당국도 가습기살균제가 기존에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어 사전에 별도로 의약외품으로 허가나 승인을 받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또 세계적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는 나라가 없어 PHMG를 사람이 ‘흡입’했을 경우 어떤 잠재적 위험이 있는지 기존에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흡연하지 말라’라는 내용의 MSDS 자료가 이미 만들어 전달됐다고 봐, 질병관리본부와는 시각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도 “가습기살균제가 보편화된 1990년대 후반 이후 매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한 영유아가 지속적으로 의학계 연구자료로 발표됐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초중반 관련 의료계 국책연구가 수행됐고 그에 따른 연구보고서도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업체가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

공정위는 앞서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전혀 없음에도 제품 용기에 안전하다고 허위 표시를 한 4곳에 과징금 52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제재를 받은 업체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 홈플러스(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버터플라이이펙트(세퓨 가습기살균제), 아토오가닉(오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 등 4곳이다.

또 롯데마트(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와 글로엔엠(가습기클린업)도 마찬가지로 위해한 성품을 포함하고 있으나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 경고조치를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들 업체를 검찰고발하면서 사건의 조사결과를 전달함에 따라 검찰이 표시광고법 외 업체의 고의성 여부를 결정할 때 해당 내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배상을 위한 집단분쟁 조정을 위해 피해소비자를 모집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업체가 제공받은 PHMG에 관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해당 자료에는 PHMG가 ‘유해물질’로 분류돼 있으며 ‘흡연하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업체들이 PHMG 물질에 대한 유해성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자료에는 이미 위험성이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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