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CD금리 담합 조사가 3일차로 접어들면서 시중은행의 자금부서장간담회가 담합창구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어 공정위가 확실한 물증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회자된 가운데 담합입증시 금융권의 재정성 자체가 흔들릴 과징금과 소송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저축은행에 이어 CD금리를 방관한 금감원의 책임론도 또 다시 불거질 태세다.
은행권에선 일각에서 제기한 시중은행 자금부서장간담회에서의 담합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의심받고 있는 모임은 은행연합회에서 주관하고 있는‘자금전문위원회’다. 정책금융공사를 포함한 시중은행,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등 19개 금융회사가 참석가능한 이 위원회는 월 1회 정기적으로 열리고 회의록은 별도로 작성되지 않는다.
현재 국민은행이 의장을 맡고 있는 이 회의는 지난 17일에도 약 10여 곳에서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일단 회의에 참석한 금융사의 실무자들은 ‘CD금리 담합’이 가능성에 고개를 흔들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부장은 "은행원들이 공개된 자리에서 담합할 만큼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는다"며 "더군다나 CD금리는 은행이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으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언급했다.
은행연합회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자금부서장간담회는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상 금지된 일체의 행위를 한 바 없다"며 이같은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쪽에서는 이미 담합에 대한 확증을 잡았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공정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은행권의 실무자 조직을 중심으로 담합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자금부서장회의의 담합역할론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조사과정에서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감면제) 혜택을 받으려는 고발자가 나와 모든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공정위가 CD금리 담합여부를 명확히 밝혀낼 경우 금융업계는 수천억원대의 과징금과 소송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가격밀약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10%다. 은행의 CD 연동대출액을 매출액으로 보면 수천억원이 넘는 금액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담합사건에 대해서는 정황증거만으로도 과징금을 부과했던 전례상 공정위가 정확한 물적 증거까지 포착했다면 관련 금융사들의 과징금 부담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이와는 별도로 CD금리에 연동된 대출을 받은 가계와 기업들의 소송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5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642조7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49.1%는 시장금리 연동대출이다. 시장금리 연동대출은 대부분 CD금리에 연동되는 탓에 300조원 가까운 가계대출의 금리가 CD 금리로 결정된다.
CD 금리를 0.5%포인트만 높게 형성해도 은행들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계산이다. 때문에 왜곡된 금리만큼의 수익이 고스란히 소송가액으로 추산될 수 있다. 국고채, 회사채, 금융채 등의 시장금리의 추이와 비교해본다면 수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앞서 소비자원과 금융소비자연맹 등이 나서 은행권의 저당권설정비 반환청구소송을 주도했던 사례를 볼 때 담합여부가 확정되면 이들 기관을 중심으로 지난 3개월 동안 고금리를 감수해왔던 가계대출자들과 기업들의 집단 소송이 확실시된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특히 담합에 가담한 금융사들의 경우에는 재정성 자체가 흔들릴 개연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의 책임론도 문제될 수 있다. CD 금리 조작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 금감원의 저축은행에 이은 감독부실에 대한 거센 비난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CD 금리의 문제점이 2010년부터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은 향후 금감원의 행보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