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손만 빨고 있어요”...무능한 협회, 갈곳없는 프로들

입력 2012-07-17 09:07 수정 2012-07-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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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대회 장면. 더스틴 존슨이 티샷을 하고 있다.

“답답하죠. 요즘 같으면 왜 프로골퍼가 됐을까 싶어요.”

프로골퍼는 골프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밥벌이를 못하고 있다. 놀이마당이 없어진 탓이다. 여자프로가 아니다. 남자프로 이야기다.

대회가 없다. 그나마 상위권 선수는 조금 낫다. 투어 자격을 갖고 있지만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중·하위권 선수들은 죽을 맛이다.

7월 중순을 넘기고 있다. 그런데 대회가 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프로골퍼와 대회를 총괄하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개점 휴업 상태다. 일은 안하고 놀고 있다.

선수들은 안중에도 없다.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싸움박질’에 여념이 없다.

회장도 공석이다.

이전에 남자협회에서 한 부서였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잘 나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KPGA는 올해 22개 대회를 연다. 이미 6개나 대회를 치렀다.

그런데 남자는 어떤가. 올해 겨우 12개 대회가 잡혀 있다. 그중에서 2개 대회는 장소가 미정이다. 8월 말에 열릴 예정이던 대신증권배 KPGA 선수권대회는 자칫 무산될 위기다. 대회날짜를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협회가 묵묵무답이다. 때문에 대신증권측에서는 대회를 안하고 싶다는 반응이다.

물론 남자협회도 5개 대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순수한 코리안 투어는 단 한개다. 메리츠 솔모르 오픈밖에 없다. 나머지 4개는 유러피언 투어거나 원아시아, 아시안 투어와 연계된 대회다.

개막전을 코리안투어가 아닌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 뒤 원아시아 투어인 GS칼텍스 매경오픈, SK텔레콤오픈이 이어졌다. 올해 창설된 볼빅-힐데스하임 오픈도 아시안투어다. 중간에 낀 메리츠 솔모르 오픈만 코리안 투어다. 원아시아 투어 8개에서 4개가 한국에서 열린다.

코리안 투어가 아니면 국내 선수는 불이익을 받는다. 출전인원 제한때문이다. 발렌타인대회는 한국선수가 겨우 13명만 나갔다. 원아시아 투어는 65명밖에 나가지 못한다. 아시안 투어도 105명으로 제한돼 있다.

상금이 10억원을 오가는 대회는 모두 원아시아 투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더욱 맥빠지게 한 것은 미국 2부투어에서 활동하는 김비오가 굵직한 2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4억원이나 상금을 가져갔다는 사실이다.

국내 선수들은 손만 빨고 있다.

누구를 위한 협회인지 알수가 없다는 것이 회원들의 하소연이다.

지난달 24일 끝난 볼빅-힐데스하임오픈이후 개점휴업이다. 8월30일 개막키로 한 대신증권배 KPGA 선수권대회 개최가 불투명해 원아시아 투어 하이원리조트오픈이 열리는 9월초까지 선수들은 할일이 없어졌다.

미국과 일본에서 거의 매주 대회가 열리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아주 열악하다. 이때문에 일본과 아시아쪽으로 눈을 돌려 톱스타들이 자꾸 빠져 나간다. 국내 대회는 갈수록 재미가 없다. 그러니 기업들은 별로 스폰서를 안하고 싶다.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그러는 동안 협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밥그릇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학서 수석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집행부와 김정석 감사, 이인우 선수회 회장이 주축이 된 두파가 갈려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김정석 감사가 이사회를 소집해 김학서 회장직무대행자와 현 집행부 임원을 모두 해임시켰다. 그러자 현 집행부는 김정석 감사와 송병주 회원을 제명처분했다. 결국 남은 것은 송사뿐이다. 두 집단은 서로 인정을 안한다. 회원들이야 죽든 말든 상관이 없다.

상위투어 프로들은 그래도 인지도가 있어 대회가 없으면 아마추어골퍼를 지도하면서 밥벌이를 하면된다. 하지만 나머지 투어프로들과 회원들은 또 뭔가.

협회 회원은 투어프로를 비롯해 플레잉 프로, 레슨 프로등 모두 5715명이다.

1968년에 창설된 한국프로골프협회. 국내 프로스포츠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45년이나 됐으니까. 그런데 협회를 이끌어 가는 집행부가 하는 일은 저학력 수준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프로골퍼 1호 연덕춘 2대 협회장이 일제 강점시대에도 일본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최경주가 정상급 스타들이 즐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정상에 올라있고, 양용은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누르고 우승하기도 했다. ‘루키’ 배상문과 노승열, 김경태가 PGA 정상을 향해 매진하고 있다. 이들뿐 아니다. 일본과 아시안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의 브랜드를 알리는 동안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협회 임원들. 그들은 그들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부끄러운 짓인지는 알까.

더욱 한심한 것은 협회가 난장판을 벌이는데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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