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마술은 택시를 타고

입력 2012-07-13 09:50 수정 2012-07-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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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택시 운전기사 강창구씨는 운행 중 신호를 기다릴 때 승객들에게 중간 중간 깜짝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남들은 하나도 갖기 힘든 작업을 두 개나 가진 능력자가 있다. 바로 택시마술사 강창구씨다.

일본대사관에서 30년 가까이 수행비서 일을 하며 6명의 대사를 보좌한 그는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까지 능통한 강창구씨는 예순넷의 나이에도 외국인관광택시를 운행하며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마술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고아원, 양로원, 병원 등을 오가며 마술로 기쁨을 전하는 일까지 한다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다.

▲구일고 2학년 학생들의 메모지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학생들이 명함이 없어 메모지에 이름을 적어서 택시에 붙여놓았는데 얼마 후 그 학생의 어머니가 같은 택시에 타서 메모지를 보고 딸과 통화를 하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강창구씨의 택시는 특별하다. 먼저 택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동안 강창구씨가 만났던 사람들의 사진과 명함들이 택시 천장에 은하수처럼 펼쳐져 있다. 그리고 운전석 옆에는 마술조수 사랑앵무새 '예꼬'와 '예삐' 부부가 그림같이 앉아 승객들을 반긴다.

처음 한국을 방문해 택시 타는 것이 긴장되는 외국인 손님들도,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택시에 지친 몸을 실은 시민들도 강창구씨의 택시만 타면 활짝 웃게 된다.

▲호기심 많은 사랑앵무새 '예꼬'가 강창구씨 명함을 부리로 꺼내고 있다. 예꼬는 강창구씨가 마술을 할 때 함께하는 마술친구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결국은 자신에게 되돌아옵니다. 신경성 위염과 두통으로 약을 챙겨먹어야 했지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하다보니 이제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건강합니다."

활짝 웃으며 소탈하게 말하는 강창구. 그가 진정 보여주는 마술은 눈앞에 짠하고 나타나는 꽃 한 송이가 아니라 평범한 택시를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으로 만드는 능력이 아닐까.

▲마술 택시는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화려한 빛을 발하는 택시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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