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발달장애인 종합 지원계획’이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0년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기획단을 구성하고 지난해 8월부터 4개월간 처음으로 실태조사까지 벌인 후 발표한 내용이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부정 일색이다.
발달장애란 지적 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이 부족한 장애로,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의미한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18만3000명에 달한다.
이번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은 크게 △발달장애인 권리보호 체계 구축 △발달장애 특성으로 인한 어려움의 완화 △돌봄지원 강화와 가족부담 경감 △잠재능력 발굴 및 계발의 극대화 △지역사회 내 자립기반 구축 등 내용으로 구성된다.
우선 발달장애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성년후견제도를 내놨지만 장애인 부모와 관련 단체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다른 장애아동과 달리 부모보다 오래 사는 발달장애인들은 보호자 사후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재산을 물려줘도 관리할 능력이 없고 친·인척이 양심적으로 돌봐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성년후견제를 통해 재산관리권, 결혼 등의 신분행위동의권 등을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성년후견제 시행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도 없어 당장 지원 대상과 방법, 후견인 양성 문제 등의 문제에 부딪힌다. 게다가 발달장애인의 54%는 장애인연금 또는 장애수당수급자로 후견인제도가 실시되도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안된다.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발달장애인이 후견인제도를 통해 덕을 볼지는 미지수다.
발달장애 특성으로 인한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조기 진단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세부 내용이 빠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발달장애 진단을 위한 정확한 체계가 없다. 언어, 행동 등 기본적인 판단 지침만 존재하기 때문에 장애진단은 장애인의 컨디션과 의사에 따라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한 자폐성 장애 아동의 부모는 “우리나라 최고라는 S병원에서도 의사가 30분 조금 넘게 아이를 대면하고 장애 판정을 내렸다”며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 컨디션이 나쁘면 장애 1급, 좋으면 3급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영유아 발달지연 정밀진단도구(Bayley 검사 3판 등)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장애 부모들은 진단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이 진단하는 장애판정 과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발달장애는 약물이나 주사 등 정신과적 치료를 요구하는 병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관리돼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사설기관의 전문가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현재 국가적으로 재활치료와 연구 등을 전담하는 기관이 없다. 발달장애인들은 사설 의료기관에 의지하고 있고 부모들이 각자 알아서 발달장애와 관련된 정보를 교류한다.
조택형 ‘희망을 주는 사람들’ 대표는 “재산관리를 위해 따로 돈을 들여야 하는 성년관리제 시행보다 정부에서 계층에 상관없이 재활교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전문 재활교육센터, 연구 기관, 통합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를 전국으로 늘리는 등의 장애지원 인프라를 늘리는 것이 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책과 함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사설기관이나 법인이 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국가차원에서 편경 방지를 위한 홍보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