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지하진 감독은 우연히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10분짜리 영화학교’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오랜 동료 지승우 촬영감독과 의기투합해 강원도 서부극을 기획한다. 획기적인 만큼 갑작스러웠던 이 기획은 시작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그 중 국내에서 서부극 느낌이 온전히 풍기는 촬영장을 헌팅 하는 게 영화의 존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지 감독은 한국에서 웨스턴 영화를 촬영한다면 제주도나 강원도가 적합하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영화에 가장 적합한 풍경을 찾아 헌팅을 하던 제작진의 발길이 닿은 곳이 강원도였다. 실제 존재하는 ‘철암’이란 지역을 발견한 것도 이때다. 태백, 영월, 정선 등을 돌아다니며 석탄산, 동굴, 폐 공장 등등 영화의 주요 로케이션 장소가 정해졌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인 ‘철암계곡의 혈투’처럼 복수의 마무리를 지을 라스트신을 촬영할 로케이션은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발품을 판 우여곡절 끝에 영화의 대미를 장식할 태백의 폐 광산을 발견했다. 그간의 노고를 보상해주듯 관계기관의 협조 속에 무사히 촬영이 진행됐으며, 다행히 최후의 결투를 스펙터클하게 스크린으로 옮겨 올 수 있었다.
이렇듯 강원도 웨스턴이라 불리는 ‘철암계곡의 혈투’를 완벽한 한국형 서부영화로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들의 의상과 캐릭터에 맞는 액션과 특수효과와 분장,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탄탄한 연출력이 완벽한 로케이션 안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극악무도한 악당들에게 일가족을 잃은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의 여정을 그린 한국형 잔혹서부극 ‘철암계곡의 혈투’는 액션 자체의 쾌감은 물론 잔인한 장면에서조차 슬픔과 연민이 묻어나는 등 고전 서부영화의 정서를 오롯이 담아내며 특유의 센티멘털함을 전한다.
100% 토종 강원도 웨스턴 ‘철암계곡의 혈투’는 오는 1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