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장마철이 돌아왔다. 오랜 가뭄과 무더위 끝에 찾아온 비 소식이라 여느 때보다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장마철엔 자칫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쉬우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은 세균 번식이 왕성해져 바이러스성이나 전염성 질환이 기승을 부리기 쉽다. 또 일교차가 큰 날씨 때문에 신체 면역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온도·습도 변화에 민감한 관절염 환자들은 평소보다 더욱 심한 통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눈곱이 많이 끼고 밝은 빛을 보면 눈이 쑤시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유행성 각결막염을 의심해볼 만 하다.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은 “유행성 각결막염의 경우 일주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후 눈에 이물감을 느끼게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만큼 초기에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며 “증상이 나타난 후 7~10일 정도가 가장 전염이 잘 되고 2주까지는 전염력이 유지되므로 이 기간엔 가족·친구 간에도 접촉을 자제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살균 효과가 있는 햇빛의 자외선 양이 줄어드는 장마철엔 물 또는 음식을 통한 각종 수인성 전염병에도 노출되기 쉽다. 대표적 수인성 전염병으로는 살모넬라균에 의한 장염인 장티푸스가 있다. 이 균에 감염되면 1~3주 10~14일 잠복기를 거쳐 열이 섭씨 40~41도까지 올라가면서 오한, 두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보균자의 대소변으로부터 나온 균에 오염된 물 또는 음식을 먹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열과 구토나 설사가 계속되면 빨리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증상만 가지고 판단해 아스피린과 같은 해열제를 임의로 사용하면 체온과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사제도 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함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역시 물과 음식을 통해 전염되는 세균성 이질은 면역 체계가 약한 4세 이하 어린이와 60세 이상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구토 등의 초기 증세에 이어서 3~6주 내내 하루에 수 차례씩 설사를 하며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다. 송 교수는 “세균성 이질은 충분한 수분공급과 항생제 투여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은 아직 없어 예방이 최선”이라며 “식전 후와 화장실을 다녀왔을 때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온 다습한 날씨로 관절은 더욱 욱신욱신 = 장마철엔 특히 고민이 많아지는 이들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닳아 뼈와 뼈가 맞닿아 통증을 유발하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중장년층이다. 이들에게 비 소식은 통증의 나날이 시작됨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온다습한 장마철 날씨는 온도와 습도에 예민한 관절의 평형상태를 깨뜨려 염증을 증가시키고 부종을 악화시킨다. 여기에다 관절 주위의 근육까지 긴장시켜 뻣뻣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느껴진다.
김창우 정동병원 원장은 “장마철은 관절이 예민해지는 시기이므로 통증이 심해지기 전에 미리 치료를 진행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마철 퇴행성 관절염의 심각한 통증을 예방하려면 ‘온도’와 ‘습도'를 잘 관리해야 한다. 공기 중 습도가 높으면 체내의 수분이 증발하지 못하고 남아 관절의 부종과 통증을 가중시킨다. 외출할 때 2~3시간 정도 난방을 해 습도는 50% 이내로 낮춰주는 것이 좋다.
실내 온도 역시 섭씨 26~28도로 유지하고, 외부와의 온도 차이는 5도가 넘지 않도록 한다. 덥다고 온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은 차가운 공기가 관절과 주변 근육을 경직시켜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관절염 환자라면 혈액순환과 근육 이완을 위해 아무리 더워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40~42도 온도의 물에서 10~15분간 따뜻한 온욕을 하거나 통증 부위에 온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장마철이라지만 관절건강을 위한다면 운동도 필수다. 장마와 더위를 피해 여름철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은 체중의 부담감을 줄이면서 관절의 건강을 도울 수 있는 수영이다. 여의치 않다면 온몸의 관절과 근육을 풀어줄 수 있는 맨손체조나 천천히 걷는 산책, 실내 자전거 타기 등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