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벌에게 유충을 돌보게 하자 이들의 뇌가 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과학전문 사이트 사이언스 데일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스테이트 대학(ASU)과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 과학자들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늙은 벌들에게 육아 임무를 맡기자 이들의 뇌 기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일벌은 유충을 돌보는 동안 정신적인 능력이 온전하며 젊음을 유지한다. 그러나 먹이 활동을 시작하면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고 먹이를 찾기 시작한지 2주 만에 날개가 닳고 몸의 털도 빠진다. 무엇보다 뇌기능이 쇠퇴한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와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 연구팀은 이같은 노령화 패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늙은 벌의 직무를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다.
벌집에서 여왕과 유충만 남기고 젊은 벌을 모두 내보내자 늙은 벌의 일부는 다시 먹이를 찾아 나섰지만 나머지는 유충을 돌보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열흘 만에 육아를 맡은 늙은 벌 중 50%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뇌기능에서 눈에 띄는 향상을 보였다.
특히 이 벌들은 학습 능력뿐 아니라 뇌를 구성하는 단백질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눈에 띄게 변하는 두 종류의 단백질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병(치매)과 같은 사람의 치매에도 예방 기능을 하는 Prx6라는 단백질이며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단백질 손상을 막아주는 샤프론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뇌기능을 유지하는 약이 개발되려면 3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뇌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 사회 환경을 바꿔주는 '사회적 개입'은 지금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벌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쥐 등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는 실험노인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