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생각해봤다. 두 형제가 서로 자신의 쌀을 밤새 상대에게 날랐지만 결국은 똑 같았다는 일화가 생각나서다. 도박을 벌인 사람이나 형제는 추가로 얻은 게 없는 제로섬게임을 벌였다. 하지만 전자보다 후자에게서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이 지난달 26일 대선에 출마키로 선언했을 때다. 정 고문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반드시 사교육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대한민국 중산층의 심금을 울리는 정책이다. 이 정책을 접하면서 제로섬게임이 생각났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사교육비의 전체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섰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 정도다. 지역별로 서울이 월평균 33만원, 경기는 27만원, 대구는 24만원이다. 사교육이 없다면 각 가정은 사교육비만큼의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각 가정에 직접 돈을 주는 형식으로 일종의 복지와도 연결된다.
여야는 최근 경제민주화와 일자리창출, 대·중소상생협력 등에 관심이 높다. 대선과 맞물리면서 복지를 강화하고 나섰다. 정부의 예산 중 일부를 복지정책 쪽으로 돌리고 있다. 사교육을 없애면 아이를 1명 둔 집안에 매년 300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가계는 학생 1인당 300만원의 부채가 줄면서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것이다. 이들은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사교육 말고 레저나 문화 공산품 등의 소비가 늘면서 경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복지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여야의 주장보다 사교육비를 없애겠다는 정세균 고문의 한 마디에 귀가 솔깃해지는 이유다.
막상 사교육 없는 세상은 어떨까. 과거 국내에서 사교육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이다. 전두환 정권 때 과외가 금지됐다. 사교육이 불법이었던 것이다.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던 독특한 시대라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 뒤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면서 민주화 물결이 봇물 터지듯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다. 사교육도 마찬가지다.
한 해 동안 20조를 주무르는 사교육 시장은 스스로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 사교육을 규제하기 위한 법을 만들려고 하면 거세게 저항했다. 이제는 정치권에서 법으로 규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정부 차원에서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제정법이기에 관심이 쏠린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복지공약을 남발하지 안았으면 안았으면 좋겠다.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한정된 ‘사회적 부’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