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8조5000억원 규모의 ‘사실상 추경’을 편성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기금과 공공투자액을 각각 2조3000억원, 1조7000억원 확대하고 재정집행률도 끌어올려 시중에 4조5000억원의 돈이 더 풀리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소·중견기업 투자지원을 위한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도 조성한다.
기획재정부는 28일 ‘2012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내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2조3000억원을 증액할 계획이다.
기금은 정부가 예산과 달리 특정 목적을 위해 국회 승인 없이도 20% 이내(금융성 기금은 30%)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금융성기금을 제외한 전체 기금 규모는 올 현재 총지출 기준으로 97조3000억원이다.
기금 규모가 변경될 21개 기금에서 주요 10개 기금과 증액 규모를 보면 △주택구입·전세자금융자사업 1조2300억원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2900억원 △농산물가격안정기금 1172억원 △신용보증기금 850억원 △기술신용보증기금 550억원 △관광진흥개발기금 325억원 △국민체육진흥기금 300억원 △축산물발전기금 200억원 △무역보험기금 185억원△임금채권보장기금 120억원 등이다.
정부는 또 경기 보완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공공기관·민간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1조7000억원 늘릴 계획이다.
혁신도시를 조기 추진하고 발전시설 보강, 댐 건설 등 공공기관 투자를 기존 68조5000억원에서 69조6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또 도로, 철도, 관사 등 민간투자 조기 착공을 유도해 기존 민간투자를 6조3000억원에서 6000억원을 늘린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도 최대한 남기지 않고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재정의 평균 집행률 95.1%를 96.7%로 1.6%포인트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올 하반기에는 시중에 4조5000억원이 추가적으로 더 풀리게 된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8조5000억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7%로 과거 위기시 편성하는 추경(GDP의 2.7%)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통상적인 경기대응 추경 규모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이어 “추경 편성과 달리 이번 기금운영 확대는 국가채무 부담 증가 없이 여유자금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추가로 8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더 풀리는 것 외에도 정부는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도록 펀드도 조성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이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해 투자와 대출방식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설비투자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불확실성, 수요부진 등으로 기업의 설비투자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중견·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자금난이 더욱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책금융공사는 올 대기업 설비투자는 전년비 6.8% 증가하겠으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4.6%, 1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농지보전부담금 감면기한을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한다. 외국인투자 현금지원제도의 예산편성방식을 개편하고, 현금지원 하한선을 폐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외국인 투자의 실효성·탄력성 제고한다는 계획도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