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개청은 각 부처의 수장들인 장관들에게 매주 고난의 행군을 강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급적 면대면 회의를 줄이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이동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지만 2014년 세종시 이전이 마무리되기 까지는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빡빡한 일정이 예상된다.
먼저 매주 화요일의 국무회의.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는 대부분 청와대에서 개최된다. 올해 말 세종시로 이주한 장관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국무회의를 위해 서울로 상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요일 세종시 청사 출근 이후, 화요일에는 모든 일정을 서울 스케줄에 맞출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무회의가 총리 주재로 열릴 경우 세종로 중앙 청사나 과천청사에 입주해 있는 장관들은 거꾸로 세종시에 내려올 수도 있다. 총리실은 올 9월에 세종시로 가장 먼저 내려간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위기관리대책회의와 금요일 물가관계장관회의 등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회의들은 아직 세종청사 입주가 완료되지 않아 세종시와 서울 중앙청사를 오가며 열리는 스케줄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장관 중심 공식회의에 대한 장소 등의 세부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지만 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상회의 등을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관일정은 공식회의만 있는 게 아니다. 일주일에 두세번 이상의 민간행사 참여와 강연, 국회상임위원회와 국정감사 등이 겹치면 단 하루도 세종시에 가기 힘들 수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월요일 오전부터 열린다고 가정하면, 주말을 서울서 보내고 월요일 곧장 여의도로 출근 국회에서 국회의원들과 씨름하다가 세종시로 내려가지 못할 수 있다. 화요일 국무회의와 수요일 위기관리대책회의 등이 서울서 열리고, 목요일 강연과 기업탐방 등의 일정이 더해지면 금요일 물가관계장관회의까지 서울 일정으로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
한 고위공무원은 “장관이 일주일을 서울서 보내면 아마도 각 국장들이 결재를 위해 서울로 문건을 들고 오는 등 진풍경이 연출될 수 있다”며 “장관 일정 때문에 국정 현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정권이 바뀌기 전에 세종시로 내려가는 기획재정부나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등의 장관들은 몇 달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최악의 말년(?) 생활이 예상된다. 세종시 새 청사에 마련된 집무실 보다는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고, 장관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새로운 경험에 맞춰 세종청사에서의 공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개척자의 임무도 맡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MB정부의 정책 마무리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편해야 할 말년 생활이 고달픈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