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줄이고·공장 문 닫고…재계는 지금 비상 경영중

입력 2012-06-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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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경제 위기 여파…생존 전략 몸부림

▲콜롬비아를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보고타 국제무역전시관에서 열린 '세계 일류 한국상품 전시회'를 참관했다. 기업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중남미가 위험하다고들 하는데 한국은 위험한 곳에 가서 사업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보고타 국제무역전시관에 설치된 현대차 부스에서 콜롬비아 고위인사들과 차량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재정 위기가 심화되면서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하반기 경영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재계가 속속 위기 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감산 등의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 급격히 악화되는 경기 전망= 기업체감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등 3분기 이후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제조업체 2500곳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BSI)을 조사한 결과, 3분기 전망지수는 전분기보다 11포인트 하락한 88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2010년 2분기(128)부터 올해 1분기(77)까지 7분기째 내림세를 보였던 경기전망지수는 올해 2분기 99로 반짝 상승했다. 기업경기전망(BSI)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100 미만이면 반대의 의미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잇따라 어두운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국내 최고경영자(CEO) 26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위기 해소가 지연돼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추세를 지속한다’고 답했다. ‘위기가 해소되고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 는 응답은 8.7%에 그쳤고, ‘위기 악화로 경제파국이 불가피하다’는 대답도 4.9%나 됐다.

LG경제연구원은 ‘2012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0%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교역 위축으로 당초 전망치 3.6%보다 0.6%포인트나 낮게 전망한 것이다. 특히 이는 국내외 기관의 올해 전망치 가운데 최저치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내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8%에서 3.6%로, 현대경제연구원은 4.0%에서 3.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3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미국·EU·중국 경제의 위기 확산에 따른 불황 장기화 조짐과 전망에 따라 재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재계가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과 감산 등 하반기 경영전략의 화두를 ‘생존’에 맞추고 있는 이유다.

◇생존이 화두가 된 산업계= 외부 경기 요인에 민감한 해운·철강·조선·석유화학·자동차 등 국내 주력 업종의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5월말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한 한국GM은 100여명의 추가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대상자 선별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극심한 내수악화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 부산공장의 가동을 일시중단했던 르노삼성은 잔업과 주말 특근을 중단했다. 일주일에 하루씩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는 ‘비가동일’도 운영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철강회사들도 감산과 생산라인 중단 등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중소 철강업체인 미주제강, 함양제강 등은 이미 부도처리됐고, 철강업계 빅3인 동국제강은 지난달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포항 제1 후판 공장을 폐쇄했다.

유화업계는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수요부진과 기초소재 가격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산과 비용절감대책 등을 통해 현재 위기상황에서 일단 버티자는 분위기다.

삼성석유화학은 2주전 정기 보수를 이유로 울산 2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당초 2주 일정도 한 달로 연장했다. 이에 앞서 올 3월에는 서산공장이 한달간 보수로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임직원들을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시키고 사업본부별로 불요불급한 예산항목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소비성 예산을 최대 20% 줄이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조선·해운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선주들이 밀집한 유럽지역의 경기 악화로 선박발주와 해상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조선·해운업계는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해외 조선소들은 중국보다 더 낮은 선가를 제시하는 저가 수주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 조선사인 삼호조선은 법정관리 폐지로 청산이 결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수출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국내경기의 흐름이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 확산으로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면서 “하반기 경영전략은 혹독한 위기 극복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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