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자녀 유학비·부모님 효도자금…"외화 예금통장 만드세요"

입력 2012-06-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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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잠자는 외화 관리법

나는 미국에서 태어난 100달러다. 옆에는 일본에서 태어난 1000엔이 함께 있다. 우린 장롱 속에서 세월아 세월아 하며 꼼짝없이 지내고 있다. 평소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 그러다 해외 여행 시기가 되면 어디다 나를 뒀는지 찾느라 부산하다. 내가 장롱 속에 ‘있기 없기’ 게임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사람들은 막상 나를 꺼내고 나면 실망하거나 놀라거나 둘 중 하나다. “장롱 속에 이렇게 많은 외화가 있었나?” 내지는 “요거 밖에 없구나”라는 반응이다.

사람들은 장롱 속 나른 들여다 본 뒤 새로 환전을 할려고 은행을 찾는다. 현금을 들고가거나 예금통장이 있는 주거래 은행을 찾아 원화를 외화로 바꾼다. 수고스럽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사람들은 ‘장롱 속 외화 모으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은 일주일 만에 1000만달러(115억원·1150원 기준) 이상을 모았다. 실제 장롱 속에 있는 외화는 이보다 몇 갑절이 될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나는 좀 더 현명하게 외화를 관리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외화예금 통장을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럼 환전할 때마다 드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신한은행의 ‘외화 체인지업 예금’은 환전 수수료를 최대 50% 깍아준다. 미국 달러로 환전 시 50%의 환율 우대를 받으면 1달러당 10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1000달러를 환전할 경우 1만원이 저렴해진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뿐 아니라 대부분의 은행들이 환전 수수료를 우대해주는 외화예금 상품을 가지고 있다. 주거래 은행을 찾기만 하면 외화예금 통장을 만들 수 있다.

외화예금 통장은 수수료 우대 뿐 아니라 여러 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하나은행의 ‘외화서비스 하나통장’은 해외자동이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금액을 지정해두면 외화가 자동으로 이체된다. 해외 유학생을 둔 부모나 정기적인 해외송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유용하다.

이광필 농협 외환업무부 차장은 “해외 출장이나 송금이 잦은 사람이 아니어도 1년에 한두번은 해외여행을 갈 것”이라며 “외화예금은 꼭 환율이 급변동하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일정액을 운영하는 것이 적은 돈이라도 새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외화를 장기적으로 모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도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의 ‘해외로 외화적립예금’은 6개월마다 이자를 원금에 합해 복리로 계산하는 6개월 회전식 예금이다. 최장 10년까지 가능하다.

‘막내 딸 하버드 유학자금’,‘부모님 해외관광 효도자금’ 등 고객이 외화예금 이름을 정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모을 수 있다. 금리 우대는 물론 환전과 송금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외화를 장롱 속에 묻어두기보다 통장에 입금해 두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것이다.

장롱 속 외화를 꺼내면 우리나라의 외화예금이 기업에 치중돼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지난 2월말 기준으로 거주자 외화예금 314억3000만달러 중 기업의 예금은 278억3000만달러로 88.5%에 달했다. 개인 예금은 36억달러로 11.5%에 불과했다. 기업의 외화예금 대부분이 해외결제를 위해 잠시 머무르는 초단기 예금인 것을 고려하면 외화유동성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외화예금에 높은 금리를 바랄 수는 없다. 한 나라의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합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3.25%이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대 후반인 것을 고려하면 명목금리는 6%대 중반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기준금리가 0에 가깝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이다.

만약 은행들이 외화예금에도 원화와 비슷한 금리를 줄 경우 외화 유출입이 심해질 수 있다. 금리 역마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대부분이 외화에 1% 정도의 금리를 준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은 다양한 상품개발 등을 통해 외화예금의 장기화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선진화된 금융거래 관련 서비스 제공, 해외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외화예금 유치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해외은행에 예치하려는 것은 단지 금리역마진이나 환율만의 문제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역금융 서비스, 현지에서의 자금조달 편의성 등 금융거래와 관련된 여러 요인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해외 외화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금관리나 대출서비스 등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은행들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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