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공공의 적’이 됐다. 전자업계 최강자인 삼성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 경쟁업체들이 합종연횡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TV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반 삼성 연합전선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9일 TP비전(구 필립스 TV사업부)와 샤프 등과 함께 ‘스마트TV 얼라이언스’ 컨소시엄을 공식 출범했다.
연합전선 구축을 통한 스마트 TV 콘텐츠 확보로 1위 삼성전자를 잡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기준 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5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샤프(15.6%)와 LG전자(9.3%)에 비해 월등하다.
이들 3사는 컨소시엄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동으로 개발, 수준 높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할 계획이다.
SDK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특정 운영체제 등을 위한 응용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소스(Source)와 도구 패키지다.
컨소시엄이 공동개발한 SDK를 이용해 제작한 스마트TV용 웹 앱은 각 회사의 운영체제(OS)와 상관없이 얼라이언스 내 모든 스마트TV에서 구동 가능하다. 특히 앱 개발자들이 하나의 앱을 각 회사의 스마트TV 플랫폼에 맞춰 최적화 및 테스트하는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돼 개발시간을 단축하고 수준 높은 앱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LG전자 권봉석 전무는 “참여사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연합전선을 더욱 굳건히 해 스마트 TV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LCD 부문에서는 대만 최대의 전자부품사인 훙하이그룹과 샤프가 손을 잡았다.
훙하이 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은 지난 18일 훙하이그룹 주주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샤프의 첨단 기술은 삼성보다 우수하다”면서 “샤프와의 공조로 고화질과 고선명도 제품을 만들어 삼성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훙하이는 지난 3월 업계 5위인 샤프의 지분 10%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샤프를 인수했다.
경쟁업체들의 연합전선 구축에 맞서 삼성도 1위 자리 고수를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초 SDK 3.0 버전을 공개하고 앱 생태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TV 앱 확보를 위해 2009년부터 ‘삼성 개발자 포럼’을 운영 중이며 현재 140개국 2만5000명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내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의 합병으로 경쟁력 강화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삼성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업계 2, 3위인 업체들이 모여 경쟁력 강화를 선포한 만큼 삼성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