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골프는 바로 이런 것’...지옥의 레이스 이겨낸 심슨

입력 2012-06-18 15:20 수정 2012-06-1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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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심슨 사진=민수용 포토
‘운칠기삼(運七技三)’

골프의 재미가 이런게 아닐까 싶다.

18일(한국시간) 끝난 US오픈. 미국의 기대주 웹 심슨(27)이 우승하고 막을 내렸지만 이번 대회는 골프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누가 실수를 적게 하느냐에 달린 게임이었다.

1타차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손에 쥔 심슨. 3라운드까지 8위였다.

최종일 2타를 줄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1오버파 281타로 끝냈다. 아내와 함께 대기실에서 TV로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다.

백전노장 짐 퓨릭(42·미국)과 그레임 맥도웰(33·북아일랜드)이 챔피언조에서 1언더파로 출발했다. 3오버파로 티오프한 심슨과는 4타차. 코스나 기량으로 보면 스코어가 뒤집어지기는 어려운 상황. 하지만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가 아닌가.

2010년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1000만달러 사나이’로 불린 ‘8자 스윙’퓨릭은 20년 베테랑. 2003년 US우승경험이 있다. 게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6승이다.

맥도웰 역시 유럽강호이자 2010년 US오픈 챔피언이다. 둘다 지키지만 하면 둘중에 우승하는 것은 뻔한 일.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올림픽CC 레이크코스는 첫홀부터 선수들을 괴롭혔다. 파70·7170야드. US오픈 주최측인 미국골프협회(USGA)는 코스세팅을 지옥코스로 세팅했다. 1번홀부터 6번홀까지 버디는 커녕 보기만 안해도 대성공이었다.

여기에 우승자를 가늠키 쉽지않게 최종일은 안개까지 드리웠다.

먼저 3오버파로 출발한 심슨은 2, 5번홀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그러나 까다롭다던 6번홀에서 버디를 잡더니 7, 8번홀에서 내리 버디를 골라냈다. 이후 10번홀에서 버디를 1개 추가했다. 나머지 8개홀에서 아슬아슬하게 파로 잘 막아냈다.

잘나가던 퓨릭은 6번홀에서 보기를 범했을때까지만해도 우승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맥도웰은 9번홀까지 4타를 까먹으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휴, 골프 어렵네" 아이언 샷을 실수한 짐 퓨릭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민수용 포토
이븐파였던 퓨릭은 12번홀(파4)에서 티샷이 나무 뒤쪽 러프로 낙하했고, 세컨드 샷도 그린앞 벙커에 빠졌다. 위기였다. 그런데 3온 시켜 9m나 되는 롱퍼팅이 홀을 파고들면서 파를 지켰다. 행운의 여신이 퓨릭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13번홀(파3)에서 퓨릭이 티샷한 볼은 벙커행. 보기였다. 심슨과 동타였다. 하지만 퓨릭은 670야드로 가장 긴 파5홀 16번홀에서 티샷 실수에다 4온마저 실패하면서 다시 보기를 범했다. 이제는 오히려 1타 뒤졌다.

이때 맥도웰은 11,12번홀과 13, 14번홀에서 버디와 보기를 주고 받았다. 맥도웰은 3오버파, 퓨릭은 2오버파. 나머지 7개홀을 파로 잘 막은 심슨은 18번홀에서 파온을 시키지도 못하고도 파를 세이브 한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17번홀에서 맥도웰이 버디를 챙기며 퓨릭과 동타.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면 다음날 18홀 연장전에 들어가는 상황으로 바뀔판이었다.

맥도웰은 핀을 지나 파온에 성공.

퓨릭은 세컨드 샷이 그린왼쪽 벙커에 빠졌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벙커샷은 다시 그린을 넘어 오른쪽 벙커로 들어갔다. 4온을 시켜 1퍼팅으로 막아 보기로 끝낸 것이 퓨릭에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베테랑도 US오픈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맥도웰의 내리막 버디퍼팅은 왼쪽으로 벗어나 파로 마감했다. 공동 2위로 만족해야 했다.

만일 심슨이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맥도웰이 버디를 놓치자 골프채널을 지켜보던 심슨은 아내와 기쁨의 키스를 나눴고, 아내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럴만했다. 아직 심슨이 새내기인데다 1타차로 16억7000만원이 손에 들어왔으니까.

2008년 프로에 데뷔해 내이션 와이드투어에서 2위를 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2009년 루키시절을 보냈다. 지난해 PGA 투어 2승을 올렸다. 미국 노스캘라이나 웨이크 포레스트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6살짜리 아이가 있고 곧 둘째가 태어난 예정이다.

‘4일간 지옥의 레이스’에서 살아남은 심슨이 남은 메이저대회 디 오픈(8월)과 PGA 챔피언십(7월)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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