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는 늘 스트레칭을 하면서 가요. 우아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긴장해야하니까 어렵네요. 이러다가 목디스크 오겠어요.(웃음)”
극중 채홍주의 직업은 다양하다. 스파이, 가수 등 여러 분야를 오가는 그이지만 기본은 단 하나 ‘도도한 아름다움’이다. 눈빛 하나, 손짓 하나까지 캐릭터의 색깔이 살아있다. 고개 한 번을 돌려도 최대한 아름답게. 그게 바로 채홍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고충이 상당하다. 예쁘게 나온다니 좋긴 한데 이게 참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다.
“사실 저는 채홍주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에요. 의자에 앉는 모습도 채홍주처럼 허리를 곧추 세우기 보다는 편하게 앉는 쪽이죠. 채홍주는 시선도, 말도 우아하고 꼿꼿하잖아요. 정말 반듯하게 짜여진 느낌이랄까. 저는 허점 투성이이라서 허술하고 털털해요. 덕분에 온 몸에 긴장을 하고 연기하죠. 한순간만 긴장이 풀려도 캐릭터가 무너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외적인 화려함이 눈에 띄는 캐릭터이니만큼 의상의 스케일도 남다르다. 극중 기모노, 고급스러운 양장, 화려하고 섹시한 드레스까지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을 선보인다. ‘각시탈’ 속 채홍주의 1인 패션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원되는 의상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보통 2500만~4000만원을 호가하는 기모노의 경우는 액세서리 가격을 포함하면 1억원도 우습다.
촬영 스케줄이 바빠 외모 관리가 쉽지 않을 때는 집에서 간단히 팩이라도 올린다. 평범한 홈케어일 수 있지만, 평소 한채아의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채홍주 역을 맡고 나서는 평소에는 무심코 넘겼던 피부 상태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 제 미모를 위해서가 아니다. ‘각시탈’의 채홍주를 바라보는 시청자를 위해서다.
“드라마에서 채홍주는 남자들이 한 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자예요. 극중에서 남자들이 족족 반하는데 시청자가 보기에는 제가 안 예뻐보이면 납득이 안 되잖아요. 극의 설정과도 스토리와도 어긋나는 거죠. 설정 상으로는 목단(진세연 분)은 물론이고 여자 캐릭터 중 제가 가장 예뻐야해요. 시청자에게 현실감을 주려면 제가 노력해야죠.”
어떤 작품이 그렇지 않았겠냐만은, 이번 ‘각시탈’은 특히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작품이다. 지난해 KBS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의 막내 연기자에서 1년 만에 평일 프라임 시간대, 어엿한 주연이다. 전작인 케이블채널 OCN ‘히어로’에서 검증받은 액션 연기에, 타고난 보이스컬러가 바탕이 된 노래까지 제 장기를 한 데 모았다. 이강토(주원 분)와는 이룰 수 없는 로맨스도 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기초를 다진 한채아의 연기력을 펼칠 최적의 타이밍이다.
“대본 보는 법부터 현장에서 선후배 연기자와 스태프진을 대하는 예의까지…. 선배들 사이에서 연기를 한 건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경험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조언들을 해주셨죠. ‘귀를 열어두라’던 손현주 선배의 이야기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이제 아는 만큼 보여드려야죠. 욕심낸 캐릭터이니만큼 잘 할 거예요. 제가 제일 못하면 창피하잖아요.(웃음)”
한채아가 선보이는 치명적인 팜므파탈 채홍주는 매주 수, 목요일 밤 9시 55분 방송되는 KBS 2TV ‘각시탈’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