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주택자금 금융지원 확대·희망근로사업 재조정 등 서민과 중소·수출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선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돼 국내 실물경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추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특히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 보다 적극적인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당정은 그러나 현 경제상황이 추경을 편성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 서민과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 대책을 강화해 나가며 추이를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추경은 경제가 아주 심각한 위기에 빠졌을 때 편성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요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추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통인 유승민 의원도 “유럽발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나름대로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당장 추경을 통해 경기부양을 시작하는 건 너무 성급급한 것 아니냐”고 했다.
재정법은 전쟁이나 재해,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등 특단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직후인 2009년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은 2009년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면 추경 말고도 금리조정 등 다른 방법도 있지만 정부가 고민하고 있으니 일단은 기다려보면서 당으로서 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했다. 서민지원 대책으로 그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참여가 확대되도록 희망근로사업을 재조정하고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금리혜택을 확대하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생애 첫 주택구입자 제로금리 대출’ 방안에 대해선 “재정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생애최초주택대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재정이 바닥나 추가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국민주택기금에 배정한 총액을 1조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50% 늘리는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 수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경제위기 대책으로 하반기 정부운용기금을 증액해 최대 4조원 가량을 중소·수출 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4조원 수준의 자금을 풀고 주택융자를 소규모 확대하는 것만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어렵다고 보고 계속해서 추경 편성을 요구 중이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전날 한 라디오에서 “유럽 위기가 우리나라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면 당장 서민 경제는 힘들어질 수 있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자리·보육·서민생계 분야를 중심으로 추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