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물가 안정와 내수 활성화, 서민생활 안정과 포퓰리즘 차단 등 서로 상충되는 정책 과제들을 동시에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 마저 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대외여건 변동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내수를 활성화하고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제가 원활한 회복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물가안정과 서민생계비 축소, 서비스산업 활성화, 동반성장 등도 하반기경제운용방향 보고서에 포함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하반기 주요 경제운용 방향에서 가장 먼저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동시에 ‘내수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성장과 물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내수경기 부양은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 들어 물가상승률이 연속 3개월 2%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권에 들어섰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코앞에 와 있고, 지역난방요금이 오르는 등 공공요금이 가장 먼저 들썩거리고 있다. 향후 물가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수치와는 다르게 체감물가는 국민들이 느끼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에도 물가와 내수경기 부양을 동시에 추진했지만 하반기 물가는 4%대 고공행진을 했고, 내수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는 소매 판매는 하반기 초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연말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올 상반기 역시 지난 2월 반짝 상승했다가 3,4월 상승폭이 급격히 둔화됐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박 장관은 경기부양책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현재까지 고려하지 않으면서 기금운용과 공공자금 활용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본격적인 경기부양이라기 보다는 활력성장, 즉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정책들의 연속이라고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민생계비 축소 등 서민생활안정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쏟아낼 복지 공약에 대한 방어도 상충되는 요소가 있다.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실질 소득을 늘릴 뾰족한 대안이 없으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위해 과도한 복지요구는 차단하겠다는 방침은 변한 게 없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내년 균형재정 달성을 천명한 만큼 포퓰리즘 방어는 정책 최우선 순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민생활안정과 지속 가능한 복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절충점이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아직까지 거시경제 목표 중 물가와 성장률을 수정하지 않았다. 물가안정목표 중심치인 3% 이하, 3% 초·중반대 성장률이 점쳐진다. 목표를 낮게 가져가며 하반기에도 물가안정에 좀더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올 하반기도 무게중심이 물가안정으로 쏠리고, 금리가 동결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은 없어 보인다”며 “이 상태로 성장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