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협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양보 행위나 해결 움직임은 마감 직전에 이뤄진다.” 한 때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였던 ‘협상의 법칙’에 나온 문구다. 이 책은 지미 카터, 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대 테러리스트 를 상대로 협상자문을 맡았던 허브 코헨이 저술했다.
앞서 언급한 두가지 예시를 통해 유명한 협상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내용은 ‘마감시간’이다.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압박을 받는 쪽이 불리한 협상내용이더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번 19대 국회 개원은 ‘협상론’의 교과서를 보는 듯하다. 지난달 10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첫 만남을 가졌다. 19대 국회 임기 시작을 20일 앞둔 상황에서다.
이날 박 원내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논의를 시작하자는데 동의했다. 이후 새누리당 김기현·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개원 협상을 벌였다.
민주당은 처음에 ‘여야 의석수’가 150대 150이기 때문에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9대 9로 나누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원내교섭단체 의석수’를 기준으로 10대 8로 가야 한다며 윤리위원장 자리를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양당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달 5일 임시국회소집요구서를 함께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대외적으로 ‘마감시간’을 못 박은 셈이다. 마감시간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상임위 배분 등 원구성 협상 논의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평행선만 그었다.
협상을 진행하면서 민주당은 10대 8로 1석을 양보했다. 대신 윤리위가 아닌 문방위, 국토위, 정무위 중 1곳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국토위를 줄 테니 민주당이 갖고 있는 법사위를 달라고 반발했다.
마감시간이라고 천명했던 5일, 결국 국회는 개원하지 못했다. 여야는 5일을 마감시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의원들의 희망 상임위를 받아 놓은 상태다. 거기까지다.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아직 희망 상임위를 신청 받지 못했다. 이번 주까지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협상을 최대한 늦춰보겠다는 취지로 비쳐진다.
협상에서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금전적인 손해를 본다. 상대도 그걸 잘 안다. 그래서 마감시간까지 버티면 상대는 불리하더라도 타결됐을 때와 무산됐을 때의 이익 및 손해를 따져 최종 결론을 내린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에서 일고 있는 “의정활동 지연 일수에 비례해 세비를 반납하자”는 ‘무노동 무임금’ 주장에 눈길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