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화법으로 ‘한 박자’빨리 움직인 금융당국 수장의 말이 화를 자초하고 있다.‘금융위기’라는 단어만 나오면 절로 뉴스에 시선이 꽂히는 우리 국민에게 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혼선을 줄만한 얘기를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출발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에 대해 작심한 듯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뉴스 메이커답게 그의 발언은 옳고, 그르니를 따지기 전에 우리경제를 번쩍 들었다 놨다. 이날 코스피는 2.8%, 코스닥은 4.5% 급락했다. 시시때때로 유럽 재정위기로 울고 싶던 증시에 뜬금없는 ‘대공황론(論)’을 앞세워 뺨한대 시원하게 날린 셈이다.
미안한 심정이었을까. 김 위원장은 7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증시가 붕괴하면 가장 손해 보는 곳은 금융산업”이라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이 응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뒤늦게 입 단속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에게 심각한 상황 없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180도 다른 주장을 펼쳤다.
물론 금융권에서‘위기의 사나이’로 불리는 김 금융위원장이 발언이 현 시점의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라면 남다른 용기에 칭찬할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사태와 관련 정부가 지나치게 불안요인을 강조하지 말라고 입단속까지 시킨 마당에 나온 발언이다.
문제는 그게 ‘끝’이었다는 점이다. 굵직한 발언과 어울리만한 대책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 경제의 흐름을 바꿔놓은 굵직한 정책과 위기대응의 선봉엔 늘 있던 김 위원장이라면 위기와 함께 대책 또한 내 놓았을 법도 한데 말이다.
전문가들은 경제는 심리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정책 당국자가 지나치게 위기감을 높여 놓으면 경제 주체들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용어 선택에 신중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