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정작 국회는 밥그룻 싸움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는 5일 열기로 합의했던 19대 국회 첫 본회의를 상임위원장 배분문제로 결국 무산시켰다.
국내 경기가 악화되자 정부는 정부운용 기금을 늘려 중소·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는 커녕 개원 조차 미루고 있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가 조속히 원구성을 마무리하고 임시회를 열어야 추가경정 예산 가동이나 경기부양 대책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음에도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임기시작 7일 안에 본회의를 열게 돼 있다. 그러나 개회와 동시에 의장단을 선출하고 3일 안에(8일) 국회 구성을 마쳐야 하는데도 시작부터 법을 어긴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국회에서 회동을 가졌지만 기존의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과 별개로 일단 의장단을 선출하자는 주장이고 민주당은 협상 타결 전엔 본회의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태세다.
더욱 큰 문제는 입법부인 국회의 위법적인 업무태만 행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국회는 지난 13대 이후 단 한 번도 법정 시한을 지킨 적이 없고, 18대 때는 의장단 선출에 41일,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무려 88일이 걸렸다. 19대 국회 역시 여야의 ‘쇄신’ 다짐에도 불구하고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장기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관례에 맞지 않는 상임위를 요구하거나 공세에 수월한 상임위를 내놓으라는 여야 모두 정쟁에 매몰돼 경제위기는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또 다시 ‘국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린다.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계와 정치권이 똘똘 뭉쳐 위기에 대응해도 모자란 시점에 여야가 정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위기에 여야가 어딨나. 조속히 국회를 열라는 게 국민들의 마음”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