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수향은 화제의 드라마 ‘신기생뎐’ 여주인공 ‘단사란’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드라마 속 임수향은 현명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천상여자’로 각인됐다.
실제의 임수향은 어떨까. 최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눈 임수향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기존에 비쳐진 이미지는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다. 어디로 튈지 모를 통통 튀는 매력이 남달랐다. 소속사 김관민 대표는 그의 첫인상을 이른바 ‘돌+아이’라고 기억한다며 웃었다. 온갖 치장을 하고 최대한 아름답고, 돋보여야하는 소속사와의 계약 자리에 그녀는 동네 산책 나갈 때나 신을 법한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고. 심지어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관계자들을 맞이했단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MBC 새 수목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악녀지만 남모를 사연을 품은 ‘염나리’ 역을 맡았다. 임수향표 ‘염나리’는 어떤 인물일까.
“가족적으로 아픔이 있는 아이에요. 그렇다보니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 항상 노력해요. 조금 힘들게 자랐다는 나름의 콤플렉스도 있고, 어린 나이에 부사장이 돼서 사장까지 돼야 하다 보니 속은 약하지만 겉으로는 강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아이에요.”
임수향은 ‘아이두 아이두’ 강대선 감독에게 “악역이지만 악역 같지 않은 연기를 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았다. 아직 풋 향기가 나는 그녀에겐 녹록치 않은 주문이었다.
“감독님이 처음에 저를 캐스팅 할 때 ‘이 캐릭터의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들어와야 해’라고 했었어요. 저를 믿고 캐스팅을 해줬는데, 막상 연기를 하려보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악역인데 악역 같지 않게 연기를 해야 하니까. 악역이지만 ‘눈빛은 나쁘게 보이면 안 되고’ 하는 지문이 있어서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 많이 고생했죠. 그래도 이제는 ‘쬐끔’ 젖어들고 있는 것 같아요.”
임수향은 첫 작품인 ‘신기생뎐’부터 드라마 극본 계에 명성 높은 임성한 작가를 만났다. 엄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임 작가지만 배우들에게 만큼은 각자 맡은 캐릭터에 최대한 녹아들 수 있도록 완벽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엄마’ 같은 존재라고 설명한다. 그런 그녀가 이번 ‘아이두 아이두’에선 대선배인 김선아를 만나 연기 호흡을 함께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에 선아 선배랑 연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떨렸어요. 옛날에 그런 광고도 있었잖아요. ‘낫선 남자에게서 그녀의 향기가 난다’라는. 어릴 때 친 오빠가 선아 선배 팬이었어서 그런지 많이 친숙하더라고요. 선배와는 극중에서 ‘안티 관계’라고 볼 수 있어요. 대립되는 인물이죠. 서로 괴롭히기 보다는 무관심하면서도 목표는 사장 자리라는 것이 같아요. 나중에 선배와 격하게 대립하는 장면도 있어요. (웃음). 이렇게 대립 관계 연기를 하다 보니 선배한테 강한 포스가 느껴지더라고요. ‘신기생뎐’이나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느끼지 못했던 점을 선배한테 많이 느끼며 배우고 있어요. 그래도 저도 기로는 눌리면 안 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강심장’으로 연기 중입니다.”
이처럼 임수향은 ‘염나리’라는 새 친구를 만나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으러 길을 나섰다. 그는 남다른 애정을 갖고 ‘아이두 아이두’의 성공을 기원했다.
“꼭 잘 돼서 시청률 25%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만약 25%가 넘는다면 제작사에서 드라마 스태프를 비롯해 배우진 전부 해외여행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만약 넘는다면 대머리 가발 쓰고 사진 찍어서 트위터에 올릴게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