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상장사들의 잦은 대표이사 변경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기업들은 능력이 검증된 경영자 교체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잦은 최고경영자가 교체는 기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이며 자체가 투자 리스크라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자주 바뀐다는 것은 경영 환경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의미”라며 “지분구조, 재무적 리스크도 같이 부각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 최근 1년간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한 코스닥상장법인은 총 209개사로 전체 상장종목(1020개)의 20.5%에 달한다. 이 기간 이들 기업들의 평균 교체 횟수는 1.39회로 2회에 걸쳐 대표이사가 바뀐 기업은 39개사, 3회 이상은 18개사다.
1년간 총 8회에 걸쳐 대표이사가 변경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아큐텍이 가장 눈에 띈다. 석 달에 두 번 꼴로 대표이사가 바뀐 셈인데 특히 지난해는 8·9월 두 달에 걸쳐 총 4회에 걸쳐 변경 공시를 냈다. 9월 30일에는 장 마감 이후인 오후 18시 2분·3분, 1분 차이를 두고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해 투자들을 의아케 했다. 회사측이 밝힌 대표이사 변경 사유는 “이사회 결의”다.
아큐텍측은 당시 한 달 전인 8월에도 사흘간 두 차례에 걸쳐 대표이사가 변경됐는데 임승준 대표이사는 이틀만에 해임되기도 했다.
동화홀딩스와 블루젬디앤씨가 총 4회에 걸쳐 대표이사가 변경돼 뒤를 이었다. 동화홀딩스는 동화오토앤비즈, 동화자연마루, 동화기업 등 3개 자회사의 대표이사 변경을 4회에 걸쳐 공시했다.
이밖에 KG이니시스, KPX생명과학, 고려신용정보, 대구방송 등 15개사가 3회, JH코오스(상폐), KG모빌리언스, 광림, 나우콤 등 39개사가 2회에 걸쳐 대표이사가 변경됐다.
대표이사 변경이 잦은 코스닥 상장법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투자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은 실제 사례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가장 빈번하게 대표이사가 교체된 아큐텍은 관리종목,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에 이어 최근에는 130억원 규모의 대출원리금 연체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총 4회에 걸쳐 대표이사가 변경된 블루젬디앤씨는 보고서 미제출을 이유로 최근 상장폐지 되는 불운을 겪었다.
최근 1년간 대표이사가 3회 변경된 기업 가운데는 절반정도가 이미 상장폐지 됐거나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대국, 씨티엘테크가 이미 상장 폐지됐고 인터넷 팟캐스트 서버제공업체로 유명세를 탔던 클루넷은 전.현직 임직원의 배임.횡령건이 터지면서 정리매매가 진행중이다. 엔티피아, 휴바이론은 상장폐지 결정 이후 각각 3개월과 6개월간의 개선기간이 부여된 상황이다.
두 차례 대표이사가 변경된 기업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JH코오스, 네스테크, 아시아미디어홀딩스, 에이원마이크로, 지앤디윈텍 등 10개가 넘는 기업들이 이미 상장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증시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잦은 교체는 자체가 투자 리스크”라며 “변경 사유와 함께 이력과 자질 등 본질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