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만 넘겨주는데 사겠다는 곳이 없겠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영업정지된 4개 부실 저축은행 매각을 자신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특강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을 다 털어내고 알짜 자산만 넘겨주는 데 사겠다고 나설 곳이 없겠냐”며 “금융지주사와 보험사들 몇 곳이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당국의 부실 저축은행 대책이 또 금융회사 앞세우는 형국이 됐다”며 ‘부실 덩어리’를 떠안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부실 저축은행 추가인수와 관련해 “지금 인수한 저축은행도 부담스럽다”면서 “정부에서 문의도 없었고, 고려도 연구도 해 본적 없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금융당국은 23일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저축은행에 대한 매각 주관사와 회계 자문사, 법률 자문사를 각각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까지 매도자 실사를 끝내고 늦어도 6월초 공식적인 매각공고를 낸다는 방침이다. 본입찰은 실사가 마무리되는 7월경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처럼 영업정지 저축은행 매각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유력 인수후보로 언급되던 KB·신한·하나 등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군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산은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기업은행과 보험사로는 삼성생명 등이 거론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이 막판까지 저축은행 인수를 거부할 경우, 남은 1~2개의 저축은행 인수후보로 산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물방에 오르고 있다. 아무래도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매각의지가 워낙 강력한 만큼 이를 밀어부칠 경우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국책은행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저축은행 인수가 국책은행 본연의 임무를 퇴색시킬 가능성 크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 메리츠금융지주와 지난해 5월 있었던 7개 부실 저축은행 입찰 설명회에 참석했던 삼성생명도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아직까지 해당 금융회사들은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지난 1·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을 돌이켜볼 때 금융당국의 정책 의지가 향후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