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아픈데가 많아요. 근데 노인들 치료비가 좀 비싼가. 병원 가는건 엄두도 못내요. 진통제로 참고 있긴 한데 갑자기 쓰러질까봐 그게 걱정이지. 지금은 단돈 100만원이 그렇게 아쉬워요.”
인천 용현동에 사는 69세 이창용(가명) 어르신의 탄식이다. 10년전 부인과 사별 후 월세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이 어르신은 노령연금과 집앞 초등학교 등굣길 교통정리를 해주고 받은 30만원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올 겨울 파지를 주으러 나갔다 빙판길에 넘어졌지만 빠듯한 살림에 병원에 가는건 엄두도 못내고 홀로 방안에만 누워있다.
한국사회 고령화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65세 이상 가구수는 20%에 육박하고 있고 홀로사는 노인도 올들어 119만명을 넘어섰다. 뚜렷한 직업이 없는 노인들은 생활·거주비를 마련하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 아픈건 그냥 참기 일수다.
이런 점에 착안해 최근 국민연금은 60세 이상 수급자에게 긴급 노후자금을 지원하는 ‘실버론’을 내놨다. 본인의 연간 국민연금 수령액 2배 이내(최대 500만원)에서 빌릴 수 있으며 최대 5년안에만 상환하면 된다. 금리도 연 3%대밖에 안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4%보다 낮은 수준이다. 단돈 100만원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이 어르신과 같은 노인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부상담을 할 때에는 재무영역 외에도 개인별 특성에 맞는 일, 건강, 주거에 대한 노후설계서비스도 함께 제공된다.
이같은 ‘실버론’의 혜택이 알음알음 전해지면서 신청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신청 사유는 전·월세 자금 조달이 2116명(62.8%)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의료비 1225명(36.4%), 장례비용 17명(0.5%) 등 이다. 평균 대부 신청액은 394만원으로 집계됐다.
신청자 연령은 60~64세가 64.4%, 65~69세가 31.2%로 나타났으며 국민연금은 이들에게 대부 신청 당일 1552명(47.2%), 2일 이내 2829명(86.0%)에 자금을 지급했다.
우선 국민연금은 오는 2014년까지 (3년간 매년 9000억원) 9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노인들은 병원비, 장례비 등 긴급자금이 필요할때가 많은데 마땅히 돈을 빌릴데가 없어 높은 이자를 물어야하는 사금융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이며 “‘실버론’이 노인들의 생활안정을 마련하는데 일조하고 사금융 폐해도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실버론’ 접수는 공단 지사 또는 상담센터(141개소)를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고령인 수급자의 경우 이동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공단직원이 신청자 집을 집접 방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