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는 20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4·11 총선 참패로 인한 자괴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당이 사실상 ‘이인제당’으로 변화해 대권가도에 제동이 걸린 점이 탈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인제 비대위가 당명개정 등 쇄신을 추진 중인데 쇄신을 위한 청산대상이 바로 이 전 대표이고 이 전 대표도 이를 알고 탈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대선 3수 경력의 이인제 비대위원장이 대선도전을 공식화할 경우 이 전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이 위원장을 이길 승산이 적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이인제 당권-이회창 대권’을 이 위원장에게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당협위원장 교체, 당명개정 등에서 이 전 대표 측의 반발이 있어 곧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며 “다 내려놓고 갈 분이 아니다. 정계은퇴는 절대 아니며 어떤 그림을 그려놓고 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이 전 대표는 대선의 꿈을 버리진 않았다”고 단언했다. 신 교수는 “당이 이 전 대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나온 것이고 당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며 신당 창당을 통한 정국돌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에 맞서는 비박(非朴) 주자들과 결집하거나 보수 대연합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대선 후보로서 두 차례나 대세론을 형성했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연합 주체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창당 주역이 떠난 선진당은 오는 29일 전당대회를 통해 예정대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당명개정을 의결한다. 새로운 대표로는 이 위원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선진당은 또 이신범, 이원복 전 의원 등 이번 총선 후 해산조치된 ‘국민생각’ 출신 32명 등을 영입하는 등 세불리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