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과연 야권 단일화로 연합·연대를 지속해야 되는가 하는 의구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리 경선으로 촉발된 통합진보당의 추태가 끝이 보이지 않자 야권연대에 지속 여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통진당 사태와 관련해서 당 소속의원들에게 함구령까지 내린 그였다.
박 위원장은 작심한 듯 “통진당이 자정능력을 가져서 빨리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현재의 진행 상태는 굉장히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연대 지속여부와 관련해 그간 박 위원장은 ‘정치적 도의’를 언급하면서 발언 수위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런 탓에 박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사실상 ‘연대 파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도 통진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비례 부정선거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옹호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두 개의 비대위가 출범하는 등 아직도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둡게 보는 정도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야권연대 지속이 민주당 대선 가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거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통진당 경선 부정 폭로 이전 4·11총선 야권연대를 ‘실패한 연대’로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 지도부가 야권연대 필승론을 맹신해 총선 구도를 새누리당과의 1대1로 구축, ‘야권연대=총선 승리’라는 등식에 도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통진당이 공당의 기능을 상실해가면서 박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야권연대 회의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한편, 박 위원장은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 “민주당에 지금 들어와서 하는 것이 가장 좋고 본인의 선택에 따라 밖에서 대권 준비를 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며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가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