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책’이라는데…강남도 냉랭

입력 2012-05-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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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부동산 대책 첫 주말, 시장 둘러보니

“알맹이 없는 맹탕대책에 호가만 2000만원 빠졌어요. 추격 매수가 없으면 가격이 더 떨어질 거에요”(강남 개포주공 L공인 중개업소 관계자)

“‘강남 대책’이잖아요. 문의 전화는 커녕 매물만 늘었어요. 더 다녀봐도 소용없으니 얼른 올라가세요”(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K부동산 사장)

5·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중앙상가 일대. 이 곳에서 만난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책이 나오고 나서 오히려 더 조용해졌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4월달에 10건 넘게 거래됐는데 이달 들어 딱 1건 거래가 됐다”며 줄담배만 피워댔다.

이날 단지내 상가 곳곳에 차가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지만 정작 중개업소를 찾는 방문객은 거의 없었다. 인근 P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금융 규제 완화 등 기대감이 일던 지난달 말 5000만원이 반짝 오르더니 발표 직후 2000만~3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그래도 매수세는 전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지난 10일 투기지역·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 분양권 전매제한기간 완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폐지 등 시장과열기에 도입된 규제 정상화 등이 포함된 '주택거래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무실 밀집지역에서 시민들이 부동산 매매 시세표를 바라보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달 말 10억원을 호가하던 이 단지 76㎡(전용 면적)은 대책 발표 이후 1000만원 하락했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9억3000만원을 제시해 5000만원 이상 호가 차이로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건축단지인 강남 개포주공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다.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 등 알맹이 빠진 대책에 분위기는 썰렁했다.

총선 전 6억1000만원선에 머물던 이 단지 42㎡은 최근 6억6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지만 지난 10일 대책 발표 후 거래가 뚝 끊겼다. 기대에 못 미치는 대책 발표로 추격 매수가 끊기면서 가격이 정체된 것이다. 오히려 지난 2009년 고점에서 매수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낼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J부동산 관계자는 “추격 매수가 없다면 호가는 더 떨어질수 밖에 없다”며“다만 단기보유자 양도세율 인하 방안이 입법화되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알려진 목동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지역은 이번 대책으로 1가구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이 사라졌지만 시장 침체의 골이 워낙 깊어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분위기다.

목2동 K공인 관계자는 “이곳 주민들은 애초에 양도세 완화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재건축 방안 같은 게 나오면 모를까, 웬만한 규제 완화로는 꿈쩍도 안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목4동 G공인 관계자 역시 “뉴스를 보니 강남도 별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 여기는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분당, 일산, 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들도 중개업소 조차 시세를 알지 못할 정도로 시장이 얼어 붙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J공인 관계자는 “주변 중개업소에서라도 전화가 와야하는데 오늘 전화 한통이 없다. (정자동 부동산업소들) 모두 공치고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인근 판교와 용인 분위기도 비슷했다. 판교 S공인 관계자는 “지난 연말 이후 이미 단지별로 수천만원씩 가격이 하락한 상황”이라며 “ 언론에서 거품이 더 꺼질꺼라고 떠들고 있는 데다 대책 마저 취·등록세 등 핵심이 빠져 매수세가 전혀 따라 주지 않고 있다”며 정부 대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오히려 매물이 더 늘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용인 풍덕천동 W공인 관계자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 대선까지는 더 이상 대책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보면 거래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광교 등 주변에 입주물량도 많아 전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에 지나치게 치우친 이번 대책에 대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이 지역이 일산신도시다. 일산동구 마두동 N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만 풀면 다른 지역 부동산 시장도 따라 움직여 주겠지’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며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비강남권의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대책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는 강북권은 실망감이 더 컸다. 최근 평균 3억8000만원대이던 월곡동 삼성 월곡 래미안의 급매물은 3억5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새 모이주는 방식의‘찔끔찔끔’대책으로는 절대 거래를 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양도세 한시적 폐지나 기준시가 과세등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특별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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