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차는 완성차 메이커의 자존심이다.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성능을 기준으로 가장 최고봉에 수퍼카가 존재한다. 그 아랫등급에 스포츠카와 스포티카가 자리를 지킨다.
수퍼카는 이름 그대로 초고성능 양산차다. 사람을 많이 태울 일도 없다. 대부분 좌석이 2개뿐이라는 의미의 ‘2시터(Seater)’로 불린다. 최고출력 500마력 이상의 넘치는 출력을 자랑한다.
최고출력 300마력 이상인 이들은 이제 단순한 쿠페 스타일의 스포츠카를 벗어나고 있다. 고성능 엔진을 세단과 해치백 심지어 SUV까지 얹고 있다. 이른바 스포츠 세단, 스포츠 해치백, 스포츠 SUV 등이다.
그 아랫급에 ‘스포티카’가 자리 잡는다. 고성능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으나 일반 양산차보다 빠르고 경쾌하게 달릴 수 있는 차들이다. 넘치는 주행성능보다 날렵한 디자인이 주무기다.
199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현대차 스쿠프가 이 부류에 속한다. 엔진은 양산형 엑센트와 다를게 없는 직렬 4기통 1.5리터였다. 그러나 국내에선 처음으로 2도어 쿠페 스타일을 선보여 큰 인기를 모았다.
이러한 세 가지 등급 가운데 21세기 들어 가장 치열한 세그먼트(차종별 등급)가 고성능 스포츠카 영역이다. 완성차 회사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추구한다. 그 이면에는 고성능에 대한 열망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평범한 얼굴을 지녔으나 속으로는 불을 뿜는 고성능을 감추고 있다.
고성능 버전은 대부분 독일 메이커가 주도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과 일본 메이커 역시 이를 추종하고 있다. 파괴본능을 자극하는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고성능 버전을 살펴본다.
시작점은 1991년 선보인 S4다. A로 시작하는 차 이름과 달리 고성능 버전은 S로 시작한다. S4와 S6, S8 등이다.
날렵한 쿠페가 판치는 고성능 경쟁에서 아우디는 이례적으로 왜건을 투입했다. 앞뒤 무게배분이 적절해 안정감은 세단을 앞서기 때문이다.
초기 S4는 직렬 5기통 2.2ℓ 터보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20마력을 냈다. 당시 기준 최고시속 244km는 넘치는 고성능이었다.
S시리즈는 겉모습에서 차이를 갖는다. 은색 사이드미러와 듀얼 머플러, 앞 범퍼의 대형 흡기구 등이 일반형과 달랐다.
진보에 인색하지 않았던 아우디는 고성능 S버전 위에 또 하나의 고성능 버전을 추가하기도 했다. 바로 RS버전이다.
오로지 달리기만을 추구한 만큼 자동변속기는 아예 없고 수동변속기만 존재한다. RS4와 RS6 등이 주인공이다. RS6 플러스의 경우 속도의 한계를 시속 280km까지 끌어올렸다. 안전을 위해 암암리에 지켜왔던 시속 250km의 벽을 허물기도 했다.
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자사의 ‘스포티’ 이미지를 지켜내기 위해 1993년 설립했다. 이후 각종 모터스포츠 활동과 함께 BMW F1팀에 엔진을 공급하기도 했다.
단순하게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자체적인 프로그램으로 드라이버 센터까지 운영중이다.
M시리즈는 스포츠 쿠페 M3와 세단 M5를 시작으로 로드스터와 SUV로 영역을 넓혀왔다. 고급 쿠페 6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M6도 등장했다.
BMW M버전의 모토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세단’이다. BMW의 양산차를 기본으로 수퍼카에 견줄 수 있는 초고성능차를 만드는 게 궁극인 목표다.
벤츠의 AMG는 BMW 고성능보다 역사적으로 앞선다.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활약해온 벤츠가 소수의 마니아를 대상으로 AMG 버전을 선보였다. 1966년의 일이다.
현재 메르세데스-AMG는 A-클래스를 제외한 벤츠 대부분의 모델에 퍼져있다. SUV ML-클래스와 G-클래스까지 포함해 총 20여 가지의 AMG 모델이 나온다. 여기에 익스테리어에 AMG 패키지를 더한 스페셜 모델도 등장한다.
메르세데스-AMG는 별도의 계열사지만 개발능력과 시스템은 웬만한 양산차 회사를 앞선다. 자체 테스트 트랙까지 갖추고 고성능을 향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