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의 여의도1번지]선거에서 승자가 되는 법

입력 2012-05-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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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 정치팀장

정치에서 선거 때 ‘구도’와 ‘세력’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구도를 짜느냐에 따라 알맞은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서다. 구도는 각 후보들이 주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각 후보의 성품과 능력이 나타난다.

구도만으로 선거에서 이길 순 없다. 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구도를 잘 짜는 이유는 세력을 얻기 위해서다. 기존에 갖고 있는 세력에 추가로 세력을 얻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최근 여야의 원내대표 선출과정에서 정치의 본질을 보여줬다. 즉 ‘구도’와 ‘세력’의 중요성이 드러났다.

지난 4일 열린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9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구도’와 ‘세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경선 전에 이해찬 상임고문과 ‘당대표-원내대표 합의설’을 살짝 흘렸다. 상대 후보의 반발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경선의 구도는 이해찬 고문을 지지하는 ‘친노’와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지원하는 ‘호남’세력의 결합으로 끌고 갔다. 이처럼 ‘구도’를 마련해 놓은 뒤 ‘세력’ 점검에 들어갔다.

상대편인 유인태·전병헌·이낙연 후보는 ‘비박 연대’를 결정하고 표 결집에 나섰다. 비박 연대가 힘을 받는 듯 했으나 ‘세력’의 벽을 넘지 못했다. 2차 투표까지 진행하는 접전을 벌였지만 결과는 박 위원장의 신승이었다.

비슷한 일이 지난 9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도 나타났다. 여기서도 ‘구도’와 ‘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선은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 구도로 흘렀다. 친박은 ‘이한구·진영’과 ‘이주영·유일호’로 나뉘었으나 비박은 ‘남경필·김기현’ 1개조였다.

경선 구도에서 친박이 분열하면서 1차 투표에서 비박인 ‘남경필·김기현’조가 이겼다. 잘 짜인 구도 덕분이다. 하지만 과반을 넘기진 못했다. 새누리당 세력에서 친박이 워낙 막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2차 투표를 진행했고, 결과는 ‘세력’이 뒷심을 발휘하면서 친박인 ‘이한구·진영’조가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 당선됐다.

이처럼 정치에서 구도와 세력은 기본이다. 7개월 남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실시하고 있는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대세론’ 굳히기라는 구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세력도 갖췄다.

그 뒤로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는 비박인지 친박인지, 친시장인지 반시장인지 등 어떤 구도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 안 교수가 어떤 구도를 내놓을지 목 놓아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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