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는 30년전 우리 집안에서 퇴출된 양반입니다."
지난달 24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신의 형인 이맹희 씨에 대해 한 말이다. 삼성가 유산상속 소송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 씨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결국 과거사까지 언급됐다.
그렇다면 이맹희 씨가 삼성 집안에서 밀려나게 된 이유는 뭘까. "알려진 것처럼 이맹희씨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가신그룹 때문이다."
'중앙일보' 기자로 영남총국장까지 지낸 이용우(72) 작가는 최근 출간한 '삼성가의 사도세자 이맹희'를 통해 이맹희 씨가 이병철 선대회장으로 부터 배척당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병철 회장은 1967년 7월 재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장남 이맹희 씨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겼다. 이맹희 씨는 그때부터 7년간 경영 전면에 나선다.
이용우 작가는 "이맹희를 정점으로 한 2세 오너 경영은 애초부터 곡절이 많았다"며 "맹희 총수의 독선적 경영에 반기를 든 가신그룹의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썼다.
이맹희 씨가 삼성의 창업공신이나 경륜 많은 임원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그들의 불만이 이병철 회장에게 곡해돼 전달됐다는 것. 이게 쌓이면서 부자 사이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얘기다.
이 작가는 또 "이면에는 장자 승계 원칙을 깨고 막내 건희를 옹립하려는 홍진기 당시 중앙일보 회장 등 가신그룹의 음모 때문이라는 설도 나돌았다"고 적었다.
이용우 작가는 삼성 계열사이던 중앙일보의 대구 주재기자로 삼성가의 뒤치다꺼리를 해오며 이병철 회장의 부인 박두을씨의 부탁으로 이맹희씨의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