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권력형 게이트’비상]政·官·금융 검은 유착 ‘한보사태’대한민국이 ‘발칵’

입력 2012-05-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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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비리’ 어떤 기업 연루됐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김영삼 정권 말기였던 1997년 검찰은 한보그룹에 대한 특혜대출 비리수사에 착수, 당시 여야 실세였던 홍인길·권노갑 의원 등을 구속한 데 이어 마침내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도 구속한다. 김대중 정권 마지막 해인 2001년 말 시작된 ‘윤태식 게이트’ 수사는 2002년초까지 이어졌고,‘최규선 게이트’로 김대중 대통령의 두 아들이 구속수감됐다. 노무현 정권 때도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각종 게이트가 터져나왔다.

특히 정권말 게이트로 인해 대통령의 주변인물뿐 아니라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기업들도 항상 희생양이 됐다.

▲노무현 정권 말에 불거진 ‘신정아 게이트’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9월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서울 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는 신정아 씨의 모습.
◇신정아 게이트에 기업들 ‘움찔’= ‘쌍용그룹,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포스코…’노무현 정권 말기에 터진 신정아 게이트로 인해 곤욕을 치른 기업들이다.

지난해 말 김석원 전 쌍용그룹은 거액의 회사자금을 계열사에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재밌는 사실은 김 전 회장의 비리가 들통나게 된 계기다. 그의 비리는 지난 2007년 신정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김 전 회장 자택에서 67억원의 괴자금이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괴자금의 원천을 추적하던 검찰은 별도수사를 통해 1000억원대의 비자금이 유용된 정황을 밝혀내고 김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2006년 배임 횡령 사건에서도 구속을 면했던 김 전 회장이 ‘숨어있던 복병’에 당한 셈이다.

금호아시아나도 신정아 게이트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기업이다. 신정아 사건의 출발점이 금호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호미술관이기 때문이었다.

신씨는 1997년 금호미술관 인턴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쑥쑥 성장해 큐레이터 지위까지 올랐다.

금호아시아나는 2001년말 고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신씨가 가짜 예일대생임을 알고, 그녀를 내친 것에 안도했지만 금호와 신 씨의 악연은 끝나지 않았다. 금호 오너 일가 중 한 명과 신씨가 친하게 지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당시 새정치연대 장기표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신정아 사건 은폐 의도는 금호아시아나와의 관계 때문”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반박자료를 통해 “장기표 대표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신 씨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냈던 많은 기업들도 곤욕을 치렀다.

당시 검찰은 신정아를 후원한 포스코·대우건설·산업은행·하나은행 등 기업과 금융기관의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대우건설에서는 워크아웃을 졸업한 직후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동안 성곡미술관에 2억9000만원을 후원한 것과 관련해 H상무가 서울서부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 역시 변 전실장과 부산고 동기동창으로 산업은행의 성곡 미술관 후원과정에서 두사람간의 인맥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을 샀다. 포스코는 2006년 11월 성곡미술관에 1억원을 협찬했다는 이유로 K상무가 조사를 받았다.

▲김영상 정부 말기 터진 한보게이트는 권력형 게이트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뇌졸증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 1997년 서울지법에서 열린 한보철강 특혜사건 4차 공판에 출두하기 위해 휠체어를 탄 채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게이트의 결정판 한보사태= 김영삼 정권말에 1997년 발생한 한보 게이트는 당시 재계 서열 14위이던 한보그룹이 직접적으로 연루된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보가 부도를 내면서 불거졌다. 부실 대출의 규모가 5조7000억여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여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무엇보다도 온 국민의 분노를 산 건 정태수 당시 한보그룹 회장이 천문학적 금액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정계와 관계, 금융계의 핵심부가 서로 유착하면서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행해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한보그룹은 1990년부터 5조원 규모의 당진제철소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견제를 받은 일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건설부가 부지매립 허가를 9개월 만에 내줬고 통상산업부(현 산업자원부)는 검증도 되지 않은 코렉스 공법의 채택을 적극 권유하기까지 했다.

당시 금융계는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상세한 검토도 없이 외압에 따라 대출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도 3개의 시중은행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5월, 이 사건으로 인해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공금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과 전직 은행장 등 10명이 징역 20~5년을 선고받았지만 그 여파는 끝나지 않았다.

한보 부도로 인해 제철소가 있는 충청남도 당진 지역의 171개의 영세업소와 외상 거래자들이 빈 손이 됐고, 해운업계의 피해도 잇따랐다.

한보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해태, 대농 등 대기업들의 부도도 줄을 이었고, 마침내 재계 서열 8위인 기아그룹 부도로 이어졌다.

대기업 연쇄부도는 국가 대외신용도가 급격히 하락해 외국인투자가들이 자금을 일시에 철수시키는 사태로 비화됐다. 한보 부도가 초유의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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