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우회상장의 그림자

입력 2012-05-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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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용 증권부 차장

얼마 전 코스닥 상장기업인 A사는 최대주주로부터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B사의 지분을 사들였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는 없지만 취득 주식수가 예술이다. 총 1만5129주(29.99%)로 30% 지분율에서 딱 한주가 모자라는 수치다. 비상장 법인 지분 30% 이상을 사들인 경우에만 우회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는 현행 상장규정을 노린 계산으로 우회상장 의도가 명확하지만 거래소 입장에서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

비슷한 사례가 최근 빈번한 것은 물론 대주주가 자신이 소유한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합치는 전형적인 우회상장 방식 역시 통용되는 추세다.

거래소가 우회상장 실질심사제도를 적용한 시점은 지난해 1월. 우회상장으로 판단되면 상장심사에 준하는 실질심사를 거치게 하겠다는 취지지만 이 처럼 규정을 피해 사실상 상장 효과를 꾀하는 기업은 여전한 셈이다.

최근의 이런 현상은 CT&T 우회상장 당시의 광풍과 오버랩 되는 면이 꽤 많다. 우회상장 성공 8개월 만에 관리종목 지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던 CT&T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의해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2009년 가을, 시장의 관심은 온통 전기자동차 전문기업 CT&T가 우회상장 입성 통로(쉘)를 어디로 선택할지에 쏠렸다.

각종 증권 포털마다 나름의 논리와 분석을 통해 대상 기업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줄을 이었고 ‘CT&T 우회상장설’ 관련 조회공시가 연일 쏟아졌다.

엑큐리스, 제이튠엔터, 선우중공업, 경윤하이드로, 지앤디윈텍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로 대상 기업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한때 우회상장 테마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던 때가 있었다. 상장사 허울뿐인 ‘쉘(Shell, 껍데기기업)’을 통해 ‘펄(pearl. 비상장 우량기업)’이 상장되는 만큼 해당 쉘 기업 주가는 천정부지로 급등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했다.

CT&T와 함께 코스닥시장 우회상장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알린 기업은 바로 네오세미테크. 이 기업은 우회상장 후 기술력 좋은 태양광 업체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졌고 한때 시가총액이 4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고 결국 상장폐지되면서 우회상장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네오세미테크 사태가 불러온 우회상장 선진화 방안 이후 관련 테마는 증시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우회상장도 신규상장에 준하는 실질심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여러 리스크를 안고 우회상장 문을 두드리는 것보다 직상장을 준비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소위 ‘먹기 좋은’, 꽤 ‘강력한’ 증시 테마가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투자자들이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회 상장 기업들의 상장 폐지율이 월등하다는 통계 수치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 그대로 ‘쉘(껍데기)’ 기업은 비상장인 만큼 오너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배임과 횡령이 가능하다. 또 네오세미테크 사례에서 봤듯이 분식회계 등 잠재적 불안 요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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