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황금연휴기간과 중국의 노동절이 겹치면서 국내 쇼핑 명소로 빠질 수 없는 동대문 일대는 28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오후 3시께부터 동대문의 두산타워 앞에는 8대의 대형 관광 버스가 줄을 짓어 주차 중이더니 상가 안에는 해외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동대문의 복합쇼핑몰은 여성복 매장인 1, 2층과 액세서리 매장이 대부분 여성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국민대 어학당에서 유학 중인 종몽완(19)씨는 두산타워 1층 여성복 매장에서 “노동절 연휴에 북경 친구들이 왔는데 동대문에서 예쁜 옷이 많아서 내가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옷들이 너무 예쁘지만 한국 여자들이 치마를 너무 짧게 입는 것 같다”고 옆 친구의 말을 전했다.
같은 시각 동대문 밀리오레 2층의 한 여성복 매장에서 쉬 훼이란(47) 씨는 “치퍼(cheaper), 치퍼. OK?”라며 흥정을 하고 있었다. 노동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았다는 타이완 관광객 쉬 훼이란 씨는 “동대문에 옷 사러 왔는데 인터넷에서 여기서는 깎아야 한다고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여성복 매장 직원인 박(45) 씨는 “해외 분들도 요즘 동대문에서는 가격 듣고 무조건 깎아달라고 말한다”며 “2~3년 전부터 일본인이 가장 많이 깎고 중국인 중 상해사람은 못깎아준다고 말하면 그냥 단념한다”고 흥정하는 여러 모습을 설명했다.
이렇게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이유는 3박4일로 짜여진 일정안에 동대문 자유쇼핑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두타 상가 안에서 만난 중국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동대문은 한국 쇼핑명소중에서도 가장 싸다고 소문이 나서 자유 쇼핑 관광일정에 꼭 포함된다”며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두산타워 5층 매장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직원 김(33) 씨는 “일본인들은 작고 아기자기한 취향을 가진다면 중국인들은 화려하고 반짝반짝 빛나며 큰 제품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동대문은 확실히 여성분들이 옷을 사러 많이 오는 것 같다”며 “액세서리가 큰 비중은 없지만 춘절 때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밝혔다.
관광상품 매장 점원은 “본격적인 노동절을 맞아 연휴가 시작된 이번주부터 매출이 10∼20% 늘었다”며 “중국인들은 각종 한류 상품과 김, 김치, 민속 기념품 등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두타 관계자는 “두타를 찾는 중국, 일본 쇼핑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골든위크 및 노동절 연휴 기간 평소 대비 30% 이상 증가된 외국관광객이 두타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 관광객이 주로 찾는 일부 매장의 경우는 이미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외국쇼핑객이 차지할 정도로 이제는 중국, 일본 쇼핑객의 매출이 무시 못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층 식당가에서도 외국인들이 북적였다. “비...빔...밥”이라며 어렵게 주문을 마친 인도네시아 관광객 스테판(17) 씨도 손에 쇼핑백을 한가득 쥐고 있었다. 그는 “소녀시대를 좋아해서 소녀시대 CD를 많이 샀다”며 “한국이 너무 좋고 비빔밥도 꼭 먹어 보고 싶었다”고 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을 보였다.
브랜드숍이 줄지어진 거리에서는 일본인 관광객이 확연히 눈에 띄게 많았다. 도쿄 근처 사이타바에서 온 유끼(24) 씨는 “코스메틱 제품을 사러 왔는데 확실히 저렴하다”며 “에스테틱숍도 지금 찾고 있다”고 말하며 길을 물었다.
동대문 평화시장 일대의 한 기념품 숍에서 직원 정(27)씨는 “관광객들도 저렴한 양말을 가장 많이 산다”며 “특히 일본인에게는 연예인의 캐릭터 양말이 아직도 한참 인기다”고 말했다.
여성복 매장의 한 직원은 “지난 춘절 때 장사 좀 잘 됐는데 이번에 또 연휴기간이 겹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 같다”며 “그런데 너무 깎아달라고 하는데 큰손이라는 중국인들도 동대문에서 역시 깎아달라고 성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