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사태가 중국 최대 정치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측근의 배신, 부인의 치정 살인, 부정 재산축적 의혹 등 보 스캔들 여파는 날이 갈수록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특히 세대교체를 앞두고 중국 최고지도부 내 권력투쟁을 촉발하는 등 보시라이 사건은 중국 정계에 톈안먼 사태 이후 가장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보시라이의 최측근이며 ‘범죄와의 전쟁’을 주도해 인기를 얻었던 왕리쥔 전 충칭시 부시장이 지난 2월6일(현지시간) 청두 소재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하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왕리쥔은 지난 2일 충칭시 공안국장에서 해임되자 보시라이가 비리를 덮기 위해 자신을 살해할 수 있다고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보시라이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가 지난해 11월 충칭의 한 호텔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것이 보 몰락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닐 헤이우드는 보시라이 일가가 해외에 재산을 은닉하는데 도움을 줬을뿐 아니라 보의 부인인 구카이라이와 내연의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에게 중국인 부인과의 이혼을 종용했으나 따르지 않자 그의 충성심에 의문을 품었다.
또 헤이우드가 해외에 은닉한 재산 등 보 일가의 비리를 많이 알고 있는 점도 그를 처단한 이유로 전해졌다.
데일리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구카이라이가 부하들을 시켜 헤이우드의 입에 강제로 청산가리를 탄 물을 집어 넣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왕리쥔은 구카이라이가 헤이우드를 독살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보시라이가 자신도 ‘토사구팽’하지 않을까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치판 충칭시장은 왕의 망명 시도 당시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을 동원해 미국 영사관을 포위했으며 이에 국가안전부가 직접 나서 왕을 베이징으로 이송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달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문화혁명에 빗대 보와 충칭시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보시라이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중앙정부는 원 총리의 기자회견 다음날 보시라이를 충칭시 당서기에서 전격 해임했고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중앙 정치국위원 자리도 직위 해제시켰다.
보시라이의 아들인 보과과는 24일 파티를 즐기고 최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다녔다는 소문을 부인하고 형인 보시융은 다음날 중국 국영 광다인터내셔널의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보 일가를 둘러싼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스캔들은 오는 가을로 예정된 세대교체와 맞물려 격렬한 권력투쟁으로 이어졌다.
보시라이는 태자당의 주요 인사로 마오쩌둥 시대의 혁명가요인 ‘홍가 부르기’운동을 전개하고 좌파적인 충칭모델을 창안했다.
이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개혁개방을 강조하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입장과 대치된 것.
이에 공청단측은 보시라이의 숙청에 나섰으며 태자당·상하이방 연합세력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상하이방의 거두인 장쩌민 전 주석은 보시라이 낙마를 대가로 후 주석이 오는 가을에 시진핑 부주석에게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물려줄 것을 요구했고 후 주석은 18차 당대회 연기라는 카드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