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으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은행들은 전세대출에 소극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자 주택금융공사에서 제공하는 보증대출 비중만 늘리고 있는 것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은 4조5084억원으로 지난해말(4조1639억원) 대비 8.3%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31.4%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은 크게 늘어났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주택금융공사가 15개 은행에게 공급한 전세자금보증 공급액은 1조284억원으로 지난해 말(8420억원) 보다 22.1%나 늘어났다. 지난 2010년 12월(5408억원)에서 지난해 2월(5983억원)까지 10.6%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주요 5개 은행들의 상황도 전체 은행들의 흐름과 별반 차이 없다. 지난해 2월 이들 은행의 전세자금보증 공급액은 전년말 대비 12.4% 늘어난 5430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2월의 경우 보증공급액은 지난해말 보다 18.1% 증가한 8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바로 해주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는 주택 관련한 다른 대출보다 연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되고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들의 주택구입자금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비교했을 때 대부분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높게 측정돼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최근의 주택경기 침체까지 주택담보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전세대출까지 고스란히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보증을 이용하면 부실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으니 전세대출은 명목상으로 조금씩 해주면 그만인 것이다. 결국 서민을 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은행들의 이면에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금융 소비자들을 외면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모양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은행 상품만으로 대출해주는 것은 리스크가 커 상대적으로 주택기금이나 공사 보증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