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좌파 대통령 탄생이 유력시되는 프랑스 대선 1차투표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22일(현지시간) 실시된 1차투표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예상대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가 선두를 유지했다.
이날 선거에서는 두 후보 모두 과반수를 확보하진 못해도 내달 6일 결선 투표에서 일대일로 맞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단순히 사르코지와 올랑드의 양자 대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특히 쏠리고 있다.
올랑드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사르코지 정부가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정책을 무시하는 공약을 잇달아 내놨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신재정협약(fiscal compact)을 원점에서 재협상하겠다”고 공언, ‘메르코지(앙겔라 메르켈+사르코지)’ 연합 등 우파 지도자들의 노선과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시장도 올랑드의 당선 가능성을 우려의 시선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UBS의 카렌 오르니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스페인의 충격에 쏠려 프랑스에서 한 눈을 팔고 있었다”며 “걱정되는 것은 국채 금리와 주식시장에 프랑스 선거에 대한 혼란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몇 개월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프랑스 우려는 일단 덮어뒀지만 조만간 시장의 관심이 프랑스로 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작년 여름까지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에 대한 가산금리는 0.3%대에서 일정 수준 유지됐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함께 프랑스 국채 금리 역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와 동반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대표기업의 주가지수를 평균한 CAC400지수는 2009년 3월 최저점에서 31%를 회복했다. 이는 같은 기간 105% 상승한 미국 S&P500지수에 비하면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프랑스는 재정적자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2%로 비교적 높고, 오랜 세월 경쟁력이 저하돼 시장의 압력에 갈수록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애널리스트들은 1년 후 주가수익률과 주가순자산배율로 놓고 봤을 때 프랑스 주식시장은 이탈리아 그리스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낮다고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는 올랑드의 승리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시장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돼야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재정 위기가 시작된 이래 정권 교체가 일어난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유로존의 주요 선거에서는 전임자보다 우파 성향이 강한 인물이 당선됐다.
올랑드가 당선되면 이 같은 관행에 역행하는 것이다.
올랑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계획보다 1년 늦은 2016년까지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로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최저 임금을 인상하고 100만유로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75%의 누진소득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시장은 프랑스의 재정 상황과 동떨어진 선심성 공약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수 개월에 걸친 논쟁 끝에 합의된 유로존의 재정 협정에 대한 협상을 재개한다는 올랑드의 발언이 시장의 긴장감을 부추기고 있다.
파리 소재 KBL의 파스칼 베르나숑 펀드매니저는 “협상 재개는 위기의 파급 리스크때문에 이미 높은 시장의 긴장을 한층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조약에 의문을 갖고 있는 올랑드의 판단을 감안하면 프랑스 대선은 악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재정 적자를 삭감하는 대처가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랑드가 적자 억제를 요구하는 시장의 압력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채권 자경단이 곧바로 국경을 넘어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쳐들어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